정부군·RSF 통합 후 통솔권 다툼
통수권 분점 유예기간 끝나 교전
RSF “대통령궁 장악” 정부군 부인
수도 하르툼 등서 최소 56명 사망
미·러·유엔, 양쪽에 “즉각 전투 중단”
수단 군부 지도자인 압델 파타 부르한(왼쪽) 장군과 RSF의 수장 무함마드 함단 다갈로(오른쪽) 사령관. AFP 연합뉴스
수단의사중앙위원회는 16일(현지시간) 군벌의 무력 충돌로 최소 56명이 숨지고 595명이 다쳤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수도 하르툼에서 25명이 죽고 302명이 다쳤고, 인근 옴두르만에서 최소 11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직원 3명도 수단 서부 카브카비야의 한 군사 기지에서 사망했다. 영국 BBC 기자 1명이 군 본부에 끌려가 구타당하기도 했다고 BBC는 전했다.
북아프리카 수단의 30년 철권 독재를 함께 무너뜨렸던 정부군과 민간 준군사조직인 신속지원군(RSF) 간의 무력 충돌로 15일(현지시간) 수도의 하르툼국제공항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다. 하르툼 AFP 연합뉴스
이 같은 충돌은 수단 군부 지도자인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과 RSF의 수장 무함마드 함단 다갈로 사령관의 권력 다툼에서 비롯됐다.
두 장군은 30년 가까이 수단을 통치했던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을 축출한 동지였다. 알바시르는 1989년 쿠데타에 성공한 뒤 입법과 행정을 독점하는 국가구제혁명평의회란 기구를 설치하고 의장에 앉은 인물이다. 수단에서는 2019년 알바시르의 독재 종식을 요구하는 거리 시위가 수개월간 이어졌다. 부르한과 다갈로가 각각 이끄는 정부군과 RSF는 쿠데타를 일으켜 알바시르를 몰아냈다. 부르한과 다갈로는 민주주의 정부를 세우려고 했던 과도정부를 2021년 10월 또다시 쿠데타로 무너뜨렸다. 쿠데타 이후 하르툼에서는 정기적으로 민주화 시위가 벌어졌다.
두 사람은 10만명 규모인 RSF를 정부군에 통합한 뒤 새 군대의 통솔권을 누가 점할지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RSF는 군대 통합 시점을 10년 뒤로 연기하길 원했지만 군부는 2년 안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측 합의로 군 통수권을 분점했던 2년의 유예기간이 끝난 시점에 결국 이들의 불안한 동거는 마침표를 찍었다.
미국, 러시아, 유엔,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는 한목소리로 양측에 전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 및 UAE 외무장관과 양측이 전제 조건 없이 적대 행위를 즉각 중단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안보리 회원국들은 수단 정부군과 RSF 간 군사적 충돌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며 “당사자들에게 현재 수단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에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남궁환 주수단 한국대사는 이날 수단에 거주하는 교민 25명과 모두 통화해 안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2023-04-17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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