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시위 확산 속 ‘월드컵 승리 반대’ 분위기
‘숙적’ 미국전 패배하자 이란 곳곳 시민들 축하
허탈해하는 라민 레자이안
29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B조 조별리그 3차전 이란과 미국의 경기가 끝난 뒤 이란 라민 레자이안이 아쉬워하고 있다. 2022.11.30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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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정부 히잡 시위’가 벌어지는 이란에서는 축구 대표팀의 승리가 정권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며 대표팀의 패배를 원하는 분위기가 퍼진 가운데 피격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27세 남성 자동차 경적 울리다가 머리에 총 맞아”
미국전 패배 축하하는 이란 시민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숙적 미국과의 경기에서 이란 대표팀이 패배하자 거리에 있던 이란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리며 축하하고 있다. 반정부시위가 이어지는 이란에서는 대표팀의 선전이 정권에 힘을 실어준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트위터 캡처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인권’(IHR)은 “이란 대표팀이 미국에 패한 뒤 보안군이 그(사막)를 직접 겨냥해 머리를 쐈다”고 가디언에 밝혔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 사이로 머리카락이 보이는 등 복장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다가 갑자기 숨진 것으로 계기로 반정부시위가 이란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IHR에 따르면 이번 히잡 시위에서 이란 보안군에 살해된 사람은 어린이 60명, 여성 29명을 포함해 448명에 달한다.
미국 뉴욕에 있는 인권단체 이란인권센터(CHRI)도 사막이 이란의 패배를 축하하다가 보안군에게 목숨을 잃었다고 발표했다.
미국전 패배 환호하다 숨진 메흐란 사막의 장례식
숨진 남성은 이란 미드필더의 어린시절 친구공교롭게도 보안군에 피격당해 숨진 사막은 이번 월드컵 미국전에서 뛴 이란 미드필더 사이드 에자톨라히의 지인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사막과 같이 반다르 안잘리 출신인 에자톨라히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막과 어린 시절 유소년축구팀에서 함께 뛰었다고 소개하며 비통한 심경을 전했다.
사이드 에자톨라히 인스타그램 캡처
비록 친구의 사망 정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에자톨라히는 “언젠가는 가면이 벗겨지고 진실이 드러날 것이다. 우리 젊은이들, 우리 조국이 이런 일을 당할 이유가 없다”며 정부를 향한 분노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미국전 패배 후 눈물 흘리는 이란 미드필더
29일(현지시간) 오후 카타르 도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3차전 이란과 미국의 경기, 이란 에자톨라히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2.11.30.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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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전 패배 환호하는 영상 온라인 확산
미국전 패배 축하하는 이란 시민들
이란 북서부 도시 사난다지 도심에서 30일(현지시간) 2022 카타르 월드컵 미국과의 경기에서 이란 대표팀이 패배해 탈락하자 시민들이 춤을 추며 축하하고 있다. 반정부시위가 이어지는 이란에서는 대표팀의 선전이 정권에 힘을 실어준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트위터 캡처
트위터 캡처
상당수의 이란 국민들은 현 정권이 히잡 시위로부터 국민들의 시선을 돌리려 이번 월드컵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표팀의 선전을 바라지 않고 패배를 환영하는 등 응원을 거부하고 있다.
이란 대표팀 선수들도 지난 21일 B조 1차전 잉글랜드와의 경기 직전 국가가 흘러나올 때 국가를 따라부르지 않는 방식으로 본국에서 진행 중인 반정부 시위에 지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5일 B조 2차전 웨일스와의 경기 때에는 선수들이 국가를 따라불렀다. 이와 관련해 미국 CNN방송은 1차전 직후 이란 혁명수비대(IRGC) 요원들이 이란 선수들을 소집해 ‘앞으로 국가를 따라부르지 않거나 어떤 형태로든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행위를 보이면 가족들이 고문을 받거나 감금될 것’이라는 협박을 했다고 한 보안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B조 3차전 이란과 미국의 이날 경기가 열린 카타르 도하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는 통상적인 보안요원에 더해 경찰력까지 배치되는 등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경기가 진행됐다.
이란 히잡 시위 지지하는 이란 관객
25일(현지시간) 2022 카타르 월드컵 B조 이란 대 웨일스 경기가 열린 아흐마드 빈 알리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한 이란 팬이 경기 전 마흐사 아미니를 추모하는 유니폼을 들고 있다. 마흐사 아미니는 히잡 사이로 머리카락이 보이는 등 복장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다가 갑자기 숨진 22세 여성으로 그의 죽음을 계기로 이란 전역에서 반정부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2022.11.30.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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