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이란 충돌은 ‘국내 보여주기용’…내부문제가 기름 끼얹어

사우디-이란 충돌은 ‘국내 보여주기용’…내부문제가 기름 끼얹어

입력 2016-01-05 10:33
수정 2016-01-05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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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위기 사우디 국왕·개방 반대 이란 강경 보수파 모두 양국 갈등으로 ‘이득’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대립이 중동 지역을 넘어 전세적으로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지만 사태를 키운 주요 원동력은 국제정세보다는 내부 요인에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텔레그래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4일(현지시간) 외교관계 단절과 교역·항공편 중단 등으로 정면충돌한 사우디와 이란에서 각각 왕정과 강경 보수파들이 갈등을 고조시켜 이득을 얻으려 한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사우디의 경우 내우외환 상황에 놓인 국왕이 ‘강한 면모’를 국민에게 과시하기 위해 강수를 뒀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사우디는 최근 저유가와 예맨 내전 등으로 안팎으로 위기상황에 놓여있었다.

사우디가 군사적으로 개입한 예맨 내전이 장기화하면서 역내 리더십에 의문이 커졌다. 또 저유가로 재정상황이 나빠진 정부가 지출을 줄이면서 국민에게 지급하던 보조금이 축소되고 국내 유가는 50%가량 올랐다.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요구 시위 바람 속에 자국민에 대한 각종 지원을 늘리며 내부적 불만을 억눌러온 사우디로서는 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왕권에 도전하려는 세력에 본보기를 보이고 수니파 진영을 중심으로 한 보수층의 내부 결속을 다지려고 집단처형과 단교 등으로 이란과 대립각을 세웠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사우디가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에 나서 국내 지지를 끌어모으려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사우디 국방 분야 전문가이자 기업인인 파이잘 빈 파르한 왕자는 “많은 사우디인들은 최근까지 정부가 지나치게 소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여겨왔다”고 WSJ에 말했다.

전직 사우디 주재 미국 대사인 로버트 조던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 국왕 살만은 사형수에 대한 형 집행을 미뤄왔던 선왕 압둘라 국왕보다 강한 면모를 보이고 싶어한다”면서 “시아파 인사와 수니파 무장조직 지도자를 함께 처형해 지지층이 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했다”고 분석했다.

압둘칼레크 압둘라 아랍에미리트(UAE)대 정치학 교수는 “사우디의 이번 조치는 자국내 시아파를 향해 ‘이란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기대하지 마라’는 경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텔레그래프는 이와 관련, 사우디 인구의 15%가량인 시아파가 사우디 동부 유전지대에서도 핵심 송유관들이 밀집해 지나가는 카티프 등지에 거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워싱턴의 걸프연구소(IGA)의 알리 알아흐메드 소장은 ”카티프에는 12개의 송유관이 모였다가 라스타누라, 다란 등 거대 터미널로 이어지는 곳으로 사우디 석유산업의 신경중추와 같다“고 말했다.

이란에서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입지를 약화시키려 하는 강경 보수 세력이 사우디와의 갈등을 반기고 있다.

내달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이란 내 보수파들은 미국 등 서방과의 핵협상 타결이 개방 확대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서방의 제재가 풀리면 로하니 대통령이 이끄는 온건파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란의 보수파는 로하니 정부가 최근 시리아 내전 등 역내 주요 이슈와 관련해서 지역 라이벌인 사우디와 협력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데에도 불만을 갖고 있었다고 WSJ은 전했다.

이 신문은 로하니 대통령이 이란 대사관을 습격한 자국 시위대를 향해 ”정당화할 수 없는 조치“라고 비판했지만 사태를 진정시키지는 못했다면서, 해당 사건에 대한 사법처리 과정에서 강경 보수층에 대한 로하니 대통령의 장악력이 드러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일 정부의 대(對) 이란 정책 고문 출신인 아드난 타브타바이는 ”로하니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사법권력을 통제하지 못하는 대통령’처럼 보이지 않기 위한 수습책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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