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항공편도 중단’ 사우디-이란 갈등 증폭에 국제사회 염려

‘무역·항공편도 중단’ 사우디-이란 갈등 증폭에 국제사회 염려

입력 2016-01-05 04:33
수정 2016-01-0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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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니파 우방들 단교 동참해 사태악화…사우디 “정당한 사법절차였다”국제사회 “일촉즉발 중동지역 상황 악화일로” 자제 촉구

이란과의 단교를 선언한 사우디아라비아가 민간 교류도 제한하는 추가 조치에 나서면서 두 나라를 중심으로 한 중동의 분열이 극한 갈등으로 빠져들고 있다.

사우디와 가까운 수니파 우방들까지 대 이란 공세에 동참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자 국제사회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자제를 촉구했다.

이란 시위대의 자국 공관 공격에 대한 보복조치로 3일(현지시간) 이란과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한 사우디는 4일 이란과의 교역은 물론 항공편 운항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이날 “사우디의 이란과 외교관계 단절은 양국 간 항공편과 교역 종결은 물론 사우디 국적자의 이란 여행 금지로 확대될 것”이라고 외신들에 밝혔다.

사우디 항공 당국도 “사우디 정부의 외교관계 중단 결정에 따라 이란으로 향하거나 이란에서 오는 항공편의 운항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란 무슬림의 사우디 메카와 메디나 성지 순례(하지·움라)는 허용키로 했다.

이는 사우디가 ‘두 성지(메카·메디나)의 수호자’로서 무슬림의 의무인 성지순례를 치를 기회를 변함없이 보장한다는 점을 과시해, 이슬람 발상지로서 종교적 권위를 유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사우디 소식통은 “이란의 성지순례를 금지한다면 이슬람권에서 오히려 사우디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다만 이란에 대한 성지순례 비자 발급 수를 제한하는 등 방법으로 이란을 압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갈등의 발단인 시아파 지도자 셰이크 님르 바크르 알님르를 포함한 47명에 대한 집단 처형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도 이어갔다.

유엔 주재 사우디 대표부는 4일 성명을 내고 처형당한 이들이 “민족적, 종파적 소속을 고려하지 않은 불편부당한 재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사우디는 또한 반기문 사무총장이 이번 처형에 대해 “대단히 경악한다”는 성명을 낸 데 대해서도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아울러 이란과의 단교가 시리아와 예멘 사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우리는 계속 시리아와 예멘 평화협상을 지지하고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우디에 우호적인 수니파 이슬람 국가도 이란과의 단교에 동참하며 협공했다.

바레인은 4일 이란과 외교관계 단절을 발표하면서 자국에 주재하는 이란 외교관들에게 48시간 안에 떠나라고 통보했고 수단은 단교와 함께 이미 이란 외교관들을 추방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이란과의 외교관계를 대사급에서 대리대사(공사)급으로 격하했다.

사우디를 주축으로 한 수니파 국가들의 모임인 아랍연맹(AL)은 이란 내 사우디 공관 공격을 의제로 올려달라는 사우디의 요청에 따라 10일 이란 내 사우디 공관에 대한 폭력사태를 규탄하는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

아흐메드 벤 헬리 AL 사무차장은 기자들에게 이번 회의의 목적을 “아랍 문제에 대한 이란의 간섭을 규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리아 반정부 단체인 시리아국민연합(SNC)도 시리아 반군의 강력한 후원자인 사우디에 지지를 보내면서 “모든 아랍권, 이슬람권 국가들이 비슷한 조치(이란과 단교)를 하라”고 촉구했다.

수니파 진영의 외교적 대응에 맞서 바레인과 이라크 바그다드, 나자프, 바스라 등 시아파 주민이 많은 곳에서는 격렬한 사우디 규탄 시위가 이어졌다.

바그다드 등지에서 시위자들은 사우디를 규탄하는 동시에 이스라엘과 미국, 영국 국기를 불태우기도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반기문 총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사우디 공관에 대한 시위자들의 공격에 ‘유감’을 표시하고 책임자들을 사법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사우디를 향한 공격을 멈추지는 않았다.

이란 외무부는 사우디의 외교관계 단절 선언에 대해 이날 오전 공식 브리핑에서 “사우디가 생존 위기에 처했다는 증거”라며 “국내 문제에 대한 시선을 밖으로 돌리려고 단교를 발표했다”고 비난했다.

사우디, 이란을 비롯한 국가들에 상호비방을 자제하고 갈등 해결에 나서라는 국제사회의 요구는 쉴 새 없이 이어지고 있다.

반기문 총장은 이란과 외교관계를 단절한 사우디의 아델 알주바이르 외무장관에게는 ‘깊은 우려’를 표명했고 이란의 모하마드 지하드 자리프 외무장관에게는 이란 내 외국 공관 보호를 요구했다.

특히 사우디의 우방인 미국과 터키까지 종파간 갈등은 이미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는 중동지역에 긴장감을 고조할 뿐이라며 사우디에 자제를 촉구했다.

수니파가 다수이고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퇴진만이 시리아 내전 종식의 해법이라는 데 사우디와 의견을 함께하는 터키는 이례적으로 사우디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터키 누만 쿠르툴무시 부총리는 “중동 지역은 이미 일촉즉발 상황”이라며 “두 나라 모두 이미 중동에서 심각한 긴장감을 더할 뿐인 긴장 상태에서 당장 물러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사형제를 폐지한 국가”라며 “특히 정치적 동기가 있는 사형제는 지역의 평화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앞서 터키는 유럽연합(EU) 가입 노력의 하나로 사형제를 폐지했다.

북아프리카의 아랍 국가인 알제리도 이란과 사우디 양쪽에 자제를 촉구했다.

알제리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양국과 역내에 심각하고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사태 악화를 막을 자제심을 보이라”고 촉구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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