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갯빛 남아공에 먹칠하는 ‘제노포비아’

무지갯빛 남아공에 먹칠하는 ‘제노포비아’

홍희경 기자
홍희경 기자
입력 2015-04-19 23:40
수정 2015-04-20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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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새 외국인 증오 소요로 6명 숨져

남아프리카공화국은 1994년 국기를 바꿨다. 인종분리(아파르트헤이트) 정책 중단을 선언하던 때다. 총천연색 6가지가 국기에 사용됐다. 6색 이상 국기는 전 세계에 2개뿐이다. 남아공과 남수단에서 쓴다. 국기에 6가지 상징색이 필요한 남아공을 세계는 ‘무지개 나라’라고 부른다. 흑인과 백인, 전통과 근대, 자원과 기술…. 남아공에는 통합해야 할 상징이 많다.

하지만 최근 남아공의 무지개는 증오로 인해 무너지고 있다.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외국인 증오(제노포비아) 소요를 강하게 비판했다. 무지개 나라에서 외국인의 색깔을 지우려는 소요를 간과할 수 없다는 경고였다. 지난 10일부터 남부 해안도시 더반에서 시작된 소요로 더반에서 5명, 베롤럼에서 1명의 외국인이 숨졌다. 외국인 상점은 약탈과 방화를 당했다. 제노포비아를 신봉하는 시위대와 이에 맞서는 시위대가 수백명씩 대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민자 공격은 처음이 아니다. 2008년 5월 요하네스버그에서 촉발돼 전국으로 확산된 소요 사태를 진압할 때는 군대가 동원됐다. 62명이 죽었고 수천명이 집을 잃었다. 당시 숨진 62명 중 20여명은 외국인으로 오해받은 남아공 국민이었다. 우발적이며 무질서한 소요의 특성을 드러낸 수치다.

이번 소요도 우발적이다. CNN은 소요의 직접적인 원인을 찾기가 힘들다고 보도했다. 당초 화살은 남아공 최대 부족인 줄루족의 수장 줄루 즈웰리티니에게 돌아갔었다. 즈웰리티니가 외국인에 대해 “짐을 싸서 돌아가라”고 말했다는 보도였다. 그러나 즈웰리티니는 발언이 와전됐다고 주장하며 오히려 소요 수습에 나섰다.

실업률이 25%에 이르는 남아공의 일자리 경쟁이 원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주마 대통령은 이를 부인했다. 그는 “이민자들은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고, 범죄와 무관하다”고 선언했다. 이민자 범죄가 증가하는 유럽 등지와 다른 상황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표적이 되는 이민자들은 짐바브웨, 말라위, 모잠비크 등 주변국 출신이다. 전 세계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동경하듯 아프리카에서 ‘남아공 드림’을 염두에 두고 고된 직업을 마다하지 않는 이민자들로 남아공인의 일자리와 겹치지 않는다.

영국 가디언은 “남아공 소요 사태는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불만 표출이라기보다 희생양 찾기”라고 평가했다. 정부의 무능과 부정부패에 대한 분풀이를 만만한 주변국 흑인에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짐바브웨, 말라위, 모잠비크는 자국민 송환을 시작했다. 혐오주의에 물든 남아공에서 자국민들을 빼내 남아공을 ‘분리’시키는 조치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2015-04-2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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