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일 혈투’ 코바니서 IS 몰아낸 쿠르드족의 힘

‘130일 혈투’ 코바니서 IS 몰아낸 쿠르드족의 힘

입력 2015-02-03 00:08
수정 2015-02-0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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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족 1000명, 5배 규모 IS군 공격… 독일·스웨덴 등 거주 동족 합류로 승전

130여일간 이어진 혈투 끝에 얻은 값진 승리였다. 쿠르드족 민병대(YPG)의 시리아 코바니 탈환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발호한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치열한 교전 끝에 몰아낸 첫 장기전으로 기록됐다. IS는 첫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갔으나 쿠르드족과 IS를 합쳐 150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뉴욕타임스는 1일(현지시간)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쿠르드족이 힘을 합해 IS로부터 되찾은 코바니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군의 공세를 버텨낸 옛 소련의 스탈린그라드에 비유하며 승전보를 전했다. 코바니에 IS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운 것은 지난해 9월 17일. 탱크를 앞세운 IS의 파상공세로 코바니 일부와 인근 60여개 마을이 열흘 만에 IS에 함락됐다. 쿠르드족 여전사가 폭탄을 두른 채 적진에 뛰어들었으나 역부족이었다. 위기감을 느낀 미군 주도의 다국적군이 코바니에 폭격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무려 700여 차례 공습을 감행했다.

하지만 IS와 몸을 직접 부닥친 것은 쿠르드족이었다. 지난해 10월 코바니의 절반이 IS의 수중에 떨어지자 코바니의 쿠르드족 주민 4만 5000여명이 국경을 넘어 터키로 피란을 떠났고, 1000여명의 YPG는 5배가 넘는 IS의 침략군에 맞섰다. 이때 처음으로 국경을 넘어 도움의 손길을 뻗은 것은 터키에 사는 쿠르드족 청년 1800여명이었다. 이들에 이어 스웨덴, 독일 등 유럽 국가에서 거주하는 쿠르드족까지 이 전투에 합류했다. 일진일퇴를 거듭할 무렵 쿠르드자치정부군인 페시메르가 소속 정예병 160여명과 시리아자유군 400여명도 전장에 도착했다. 터키 난민촌의 한 쿠르드족 노인은 자신의 아들 3명을 모두 전장으로 떠나보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5000명이 넘는 IS 대원들은 다국적군의 공습으로 보급로가 끊기자 고전을 면치 못했다. 18세 미만의 소년병까지 전투에 투입했으나 전세는 이미 기울었다. YPG는 현재 코바니 인근 마을까지 탈환하기 위해 IS와 교전 중이다. YPG 소속의 안와르 자메시(33)는 “400여명의 쿠르드족 전사자가 발생했고, 집과 도시가 폐허로 변했지만 이 순간 만큼은 승리를 자축하고 싶다”고 말했다.

코바니 승전의 배경에는 터키 오스만제국에 복속된 뒤 독립을 꿈꿔 온 쿠르드족의 뼈아픈 역사가 자리한다. 1980년대에는 이라크군의 화학무기 살포로 10만명의 쿠르드족이 학살당했다. 신문은 “코바니는 애초 다국적군이 관심을 기울일 전략적 요충지가 아니었으나 IS의 침략과 이에 맞선 쿠르드족의 혈전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고 평가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5-02-0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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