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시키시, 日帝 산업시설에 ‘조선인 강제동원’ 역사 외면

나가시키시, 日帝 산업시설에 ‘조선인 강제동원’ 역사 외면

입력 2015-07-05 15:54
수정 2015-07-0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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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뺀 군함도 팸플릿 제작·배포 “관광목적…즐길 수 있게”

조선인이 강제 동원된 일본의 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여부가 5일 결정될 예정인 가운데 해당 시설이 위치한 일본 지방자치단체가 이에 관해 앞으로 어떤 태도를 보일지가 주목된다.

등재문 결정문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각 시설 방문자가 접하는 정보는 지방자치단체가 어떤 내용을 공급하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나가사키 조선소(대형크레인, 목형장, 제3드라이독< dock>),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탄광, 다카시마(高島)탄광 등 7개 시설 가운데 5개 시설의 관할 행정기관인 나가사키시의 태도가 특히 주목된다.

현지 유람선 업체가 군함도 방문자에게 나눠주는 지도가 포함된 팸플릿은 나가사키 시에서 제작한 것인데 여기에는 한반도 출신의 노동자에 관한 내용은 전혀 없다.

나가사키시가 역사 외면의 단초를 제공하는 셈이다.

연합뉴스는 강제노동의 역사를 뺀 이유나 팸플릿의 내용을 수정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 나가사키 시에 수차례 질의했다.

시의 홍보담당 부서는 팸플릿 제작을 담당한 관광추진과로 공을 넘겼고 해당 부서의 답변에서는 역사를 직시하려는 태도를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담당자는 팸플릿이 관광목적으로 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으며 강제동원의 역사를 굳이 뺀 이유에 관해 납득할 수 있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야마다 다케시(山田剛) 나가사키시 관광추진과 국내유치계장은 “군함도에 관광목적으로 오도록 한다는 관점에서 이런 팸플릿을 만들었다”며 “관광목적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제노동을 소개하지 않은 이유에 관해 답하면서 “간결하고 알기 쉽게 한다는 관점에서”, “관광이라는 관점에서 어떻게 (방문자들이) 즐길 수 있을까를 종합적 관점에서 생각해 왔다”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가 각 지방자치단체의 홈페이지나 방문자용 팸플릿 등에 강제 노동을 반영하게 할 것이라는 보도가 최근 일본에서 나오고 나서도 나가사키 시 측은 정부와 이에 관해 논의중인 것이 없다고 답했다.

1주일 이상의 시간을 두고 이어진 서면과 전화 질의에 대해 나가사키 시 측은 관광 목적이라는 답변을 반복하며 역사 문제에 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는 담당자의 개인적인 반응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다우에 도미히사(田上富久) 일본 나가사키(長崎) 시장도 지난달 12일 기자회견에서 문제를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동원 노동자에 관한 한국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시기가 다르다는 언급을 하고서 지자체의 역할은 시설의 가치를 전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다우에 시장은 석탄 자료관이나 군함도 자료관의 전시물에 조선인 노동자 문제를 반영하는 방안에 관해서는 “아직 그런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2013년 9월 기자회견에서는 “가이드가 여러 사례에서 상대의 반응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얘기하는 투어도 이미 있는 것으로 듣고 있다”며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했다.

연합뉴스가 지난달 군함도를 방문했을 때에는 가이드로부터 조선인 노동자에 관한 설명을 들을 수 없었다.

다우에 시장은 2010년 시 의회에서는 군함도 강제동원 노동자의 넋을 달래는 방법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의에 “엄혹한 노동 실태에 관해서는 유람선에서 상영하는 영상에 나온다”고 답했다.

강제 동원 노동자의 존재를 긍정하는 답변 같지만, 유람선에서 상영하는 영상은 탄광 노동이 힘들다는 일반적 차원일 뿐 자신의 의지에 반해 끌려온 조선인 노동자의 존재를 조명하지 않는다.

다우에 시장은 미국 국무부를 방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원폭 피해 지역 방문을 요청하기도 하는 등 전쟁 과정에서 일본이 입은 피해를 국제 사회에 부각하기 위해서 애를 쓰고 있다.

정작 자신이 담당하는 지역에서 벌어진 외국인 노동자의 희생과 죽음 등에 관해서는 철저히 외면하면서 일본의 침략전쟁 과정에서 입은 자신들의 원폭 피해에 대해서는 주목해달라고 하는 것은 이중적인 태도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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