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발언 초안에 ‘강제노동’…일본 “가혹했지만 강제 아니다”’외교장관 회담 때 합의 제대로 안 됐다’ 분석도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 현장인 일본 산업시설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여부 결정이 하루 연기된 데 대해 강제성을 표현하는 방식을 두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아사히(朝日)신문은 한국 정부는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탄광 등 7개 시설에서 조선인 노동자가 강제로 일했다는 점을 명확히 하려 하고 있고 일본 정부는 이를 강제라고 표현하는 것에 반대하는 상황이라고 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유산 등재 심사 때 한국 정부는 ‘강제노동’(forced labour)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7개 시설에 대한 의견을 밝힐 예정이다.
한국 정부의 의견 표명은 23개 산업시설에 대한 일본 정부의 설명이 있고 나서 이뤄질 예정이며 한국 정부의 발언 내용 초안을 일본이 한국으로부터 받아 확인하면서 이런 사실이 드러났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일본 정부는 당시 노동환경이 가혹했지만, 대가가 지급됐고 조선인 노동자가 일본인과 같은 대우를 받았으므로 ‘강제노동’이라고 부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7개 시설에서 일한 조선인 노동자 수와 사망자 수를 명기하기를 원하고 있고, 일본 정부는 일부 시설에서 조선인 노동자가 일한 것을 인정하지만 숫자가 명확하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아사히는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윤병세 외교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의 회담 때 양측의 합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쿄신문은 ‘단추 잘못 끼우기’가 지난달 외교장관 회담 때부터 벌어졌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최종문 한국 유네스코 협력대표가 독일 본 회의장에서 ‘우리에게는 생각하는 것을 전부 말할 권리가 있다. 일본은 약속해놓고 이제 와서 왜 그러느냐’는 취지로 2일(현지시간) 발언했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은 유산 등재를 만장일치로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표결 시 3분의 2가 찬성했는지를 기준으로 삼지만, 이번에는 다수 위원국의 기권이 예상돼 의장국인 독일이 결론을 내는 시점을 내년으로 미루는 안을 택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은 내년에는 위원국에서 제외되고 한국은 여전히 위원국 지위를 유지한다.
본에서 제39차 회의를 열고 있는 세계유산위원회는 애초 현지시간 4일 오후 3시(한국시간 같은 날 오후 10시) 조선인 강제노동 현장이 포함된 일본 산업혁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심사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조선인 강제 노동에 관한 한국과 일본 사이의 이견이 계속되자 등재 심사 자체를 5일로 하루 늦추기로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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