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살해 후 4년간 시신과 함께 산 30대女… ‘예약 취소’ 했다가 英경찰에 덜미

부모 살해 후 4년간 시신과 함께 산 30대女… ‘예약 취소’ 했다가 英경찰에 덜미

이정수 기자
이정수 기자
입력 2024-10-12 16:47
수정 2024-10-1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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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탄 술 부친에…망치·칼로 모친 살해
法, 36년 후 가석방 종신형 “계획 살인”
부모 생존한 척 동네의원에 185회 전화
부모 연금 2억여원 챙겨…도박 탕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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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모두 살해한 뒤 4년간 자택에 시신을 보관한 버지니아 맥컬러가 영국 법원으로부터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체포 당시 경찰의 보디캠에 촬영된 맥컬러. 에식스경찰청 제공
부모를 모두 살해한 뒤 4년간 자택에 시신을 보관한 버지니아 맥컬러가 영국 법원으로부터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체포 당시 경찰의 보디캠에 촬영된 맥컬러. 에식스경찰청 제공


부모를 모두 살해한 뒤 4년간 자택에 시신을 보관한 영국 여성이 종신형을 선고받았다고 11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 텔레그래프 등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에식스주(州) 첼름스퍼드 형사법원은 아버지를 독살하고 어머니를 망치와 칼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버지니아 맥컬러(36)의 선고공판에서 최소 36년 후 가석방이 가능한 종신형을 선고했다.

제러미 존슨 판사는 “피고인은 부모와 자녀 사이에 있어야 할 신뢰를 심각하게 위반했다”며 “오랫동안 시신을 숨김으로써 부모의 존엄성을 빼앗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사전에 대량의 처방약을 축적했고, 알약을 부수고 분리하는 도구를 구매하는 등 상당한 수준의 사전 계획이 있었다”며 “이는 수개월에 걸친 계획적인 살인 계획으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법원은 맥컬러가 부모의 돈을 훔치고 거짓말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또 부모가 받을 연금을 가로채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잔혹한 사건은 2019년 6월 에식스주 그레이트배도의 자택에서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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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경찰이 부모를 살해한 버지니아 맥컬러의 에식스주 그레이트배도 자택에 들어가고 있다. 에식스경찰청 제공
영국 경찰이 부모를 살해한 버지니아 맥컬러의 에식스주 그레이트배도 자택에 들어가고 있다. 에식스경찰청 제공


맥컬러는 범행 당일 처방약을 부순 것을 넣은 술을 당시 70세인 아버지에게 먹여 독살했다. 이튿날엔 71세 어머니를 망치로 때리고 칼로 찔러 살해했다. 그는 4년 후 체포된 뒤 경찰에 “라디오를 들으며 침대에 누워 있는 어머니가 너무 순진해 보여서 공격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범행 후 아버지가 쓰던 서재에 아버지의 임시 무덤을 만들었다. 석조 블록을 직사각형 모양으로 쌓았고 그것을 여러 장의 담요로 덮었으며 그 위에 그림을 그렸다.

어머니의 시신은 침낭에 싸서 집 꼭대기 층 어머니의 침실 옷장 안에 숨겼다.

맥컬러의 범행이 밝혀진 것은 4년이 흐른 지난해 9월 동네의원에 전화를 했던 일이 발단이 됐다.

부모님을 위한 의원 예약을 수차례 했다가 취소하는 것을 반복하고 이상하게 여긴 접수원이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맥컬러는 부모가 살아있는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주치의가 있는 해당 의원이 총 185회나 전화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맥컬러에게 연락했을 때 그는 부모가 여행을 떠났으며 한 달 후 돌아올 것이라고 거짓말했다.

그러나 경찰이 자택을 급습해 문을 부수고 집안으로 들어가자 그제서야 그는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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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체포된 버지니아 맥컬러. 에식스경찰청 제공
경찰에 체포된 버지니아 맥컬러. 에식스경찰청 제공


범행 전 수년간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던 맥컬러는 살인을 저지르기 전해인 2018년 6월부터 체포 직전까지 5년여간 2만 1193파운드(약 3740만원)를 온라인 도박에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부모 사망 후부터 체포 직전까지 부모 앞으로 나오는 국가연금 5만 9664파운드(약 1억 530만원)와 교사연금 7만 6334파운드(약 1억 3480만원)를 챙겼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웃들은 맥컬러를 약간 괴짜이긴 하지만 무해한 젊은 여성으로 기억하고 있었다고 텔레그래프는 보도했다. 그는 부모가 은퇴 후 바닷가로 이사한 후 부모가 원래 살던 집을 돌보는 사람으로 여겨졌다.

맥컬러는 이웃들에게 부모가 보냈다며 바닷가 마을에서의 새로운 일상이 담긴 엽서를 보여주기도 했다.

동네의 한 정육점 주인은 “맥컬러는 주로 필레스테이크를 사러 가게에 왔다”며 “제대로 된 직장이 없는 것으로 아는데 무슨 일을 해서 생계를 유지하는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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