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 사라진 근로자… 英 ‘핑데믹’ 공포

핑~ 사라진 근로자… 英 ‘핑데믹’ 공포

홍희경 기자
홍희경 기자
입력 2021-07-26 17:46
수정 2021-07-27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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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만명 접촉자 추적 앱 알람 받고 격리
뒤늦게 필수분야 면제… 불공정 논란도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져 기존의 이동제한 방역을 중단하고 자가격리 방식 방역을 시행 중인 영국에서 물류·공공산업 마비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BBC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자가격리 인원이 치솟아 갑자기 쉬는 근로자가 하루가 다르게 늘면서다. 자가격리 권고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보내는 알람 ‘핑’ 소리가 들릴 때마다 옆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이 일터에서 사라지는 현상을 빗대 ‘핑데믹’(pingdemic·ping+pandemic)이란 신조어까지 나왔다.

‘핑’ 알람 소리가 나는 이 앱은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가 관리하는 ‘접촉자 추적 애플리케이션’이다. 앱은 반경 1.8m 내에서 15분 이상 접촉한 사람들을 기록, 접촉자 중 확진 판정이 나오면 앱이 접촉자에게 자동으로 알람을 전송해 열흘 동안의 자가격리를 권고한다. 백신 보급 전까지 식량 구입 등 필수 업무 이외의 이동을 전부 제한하는 방식의 방역 정책을 펴 오던 영국 정부가 확진자 접촉 가능성이 높은 이들을 선별 관리하기 위해 도입한 앱이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이들이 자가격리 대상이 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이달 중순쯤엔 NHS 앱 경고를 받은 인원이 60만명에 달했다. 특히 접촉 없이 비대면으로 일하기 어려운 식재료 운송, 소매 판매, 조립 제조 공정, 대중교통 종사자, 군 등에서 자가격리 대상이 수천명씩 쏟아졌다. 이윽고 슈퍼마켓의 식료품 매대가 텅텅 비고, 대형유통업체인 막스앤드스펜서가 결근 인원 증가에 따라 운영시간 단축을 검토하고 자동차 제조업체인 롤스로이스가 생산 감축을 검토하는 촌극을 겪게 되자 정책이 바뀌었다.

당국은 지난 22일부터 필수 분야 근로자의 경우 ‘핑’ 알람을 받더라도 매일 실시하는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면 자가격리를 면제키로 했다. 그러나 산업현장에선 너무 늦은 정책 전환이란 볼멘소리가 나왔다. 영국 콜드체인연맹의 셰인 브레넌 최고경영자(CEO)는 “핑데믹으로 이미 많은 근로자가 현장에서 사라진 상태인데 뒤늦게 나온 필수 분야 근로자의 자가격리 면제 신청 절차는 복잡하다”면서 “팬데믹보다 핑데믹이 기업에 더 큰 도전”이라고 BBC에 말했다.

당국은 이제 영국인들이 다같이 이 앱을 지워 버릴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만일 집단적으로 앱을 삭제한다면, 앱을 사용했다가 자가격리 대상이 되고 앱을 지워서 자가격리당하지 않는 ‘불공정 문제’로 이 문제가 비화될 수 있다고 영국의 보수지 미러는 내다봤다.

2021-07-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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