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 홈페이지 캡처
화제의 주인공은 미셸 달포스(38)와 한 살 연상의 파올라 아그넬리. 이탈리아에서는 매일 저녁 6시 집에 갇혀 지내는 이웃들을 달래기 위해 음악인들이 발코니에 나와 음악을 들려주곤 한다. 파올라는 지난달 17일(이하 현지시간) 여동생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리사가 영국 록 그룹 퀸의 ‘위 아 더 챔피언스’를 연주할 때 발코니에 따라 나가 스피커 시스템을 만지고 있었다. 길 건너 아파트의 발코니에 나와 선율에 귀기울이던 미셸의 눈에 그녀가 확 들어왔다. 그 순간을 파올라는 에로스 신이 쏘아올린 화살처럼 미셸의 시선이 가슴에 꽂혔다고 했다.
미셸이 누이 실비아에게 길 건너 여자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체육관에서 만나 친하다고 했다. 변호사인 파올라는 “반대쪽 발코니에 미셸이 서 있었다. 그 순간 내 친구 실비아의 오빠(나 남동생)란 것을 알고는 ‘어쩜 저리 잘 생겼을까’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미셸은 곧바로 파올라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찾아내 그날 저녁 첫 문자를 보냈다. ‘코로나가 번지는 이 시대에 사랑이란 책을 쓸 수 있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미혼인 둘은 미셸의 말마따나 “사랑에 빠진 10대” 마냥 새벽 3시까지 문자를 주고받았다. “가치관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돼 둘이 교제하는 데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이란 것을 알았다. 둘 다 결단력도 있지만 다정다감하고 감성적이었다.”
미셸은 자신이 사는 아파트 건물 옥상에 ‘파올라’ 현수막을 내걸어 사랑을 고백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 홈페이지 캡처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 홈페이지 캡처
둘의 사랑에 가교 역할을 한 파올라의 동생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리사.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 홈페이지 캡처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 홈페이지 캡처
이렇게 사랑이 깊어졌지만 둘은 사회적(물리적) 거리 두기 때문에 자택에만 있으라는 명령을 따라 발코니에서만 만나겠다고 다짐했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이 13일 전했다. 은행에 나가 일하는 자신이 파올라를 만나면 바이러스를 옮길까봐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해서 이웃들은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놀려댄다.
미셸은 코로나19가 잠잠해져 자유로이 나다닐 수 있게 되면 공원 벤치에서 만나 한 시간 정도 키스를 퍼부어줄 것이라고 했다.
14일 오전 7시(한국시간) 현재 세계적으로 코로나19 감염자는 191만명을 넘어섰고, 11만 80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탈리아에서는 감염자가 16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고, 2만명 이상이 희생됐다. 집단면역을 한다고 한껏 과시했던 스웨덴은 감염자 1만 948명으로 아일랜드(1만 647명)와 함께 한국(1만 537명)을 앞질렀다. 스웨덴과 아일랜드 사망자는 각각 919명과 365명으로 한국(217명)보다 월등히 많다.
길 건너 발코니를 넘나든 애틋한 로맨스와 감염병의 잔인함과 국가의 위상, 여러 요소가 교직하고 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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