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언론 통해 호소문 발표…”극단주의자들이 린치 위협하고 있다”

실각 후 도피 중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러시아에 신변 보호를 요청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언론을 통해 유포된 대국민 호소문에서 우크라에서 권력을 찬탈한 극단주의자들로부터 자신의 안전을 보장해 달라고 러시아 정부에 요청했다.

그는 “우리나라 여러 도시의 거리에서 극단주의가 판을 치고 있고 나와 내 동료들을 향해 육체적 린치를 가하겠다는 위협이 들리고 있다”며 “러시아 정부에 극단주의자들의 행동으로부터 개인적 안전을 확보해줄 것을 요청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스스로를 여전히 자유 선거를 통해 선출된 우크라이나의 합법적 대통령으로 간주하고 있다면서 야권은 지난 21일 서방 파트너들이 참석한 가운데 자신과 주요 야당 지도자들이 서명한 협정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야누코비치는 이어 “현재 우크라이나 최고 라다(의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은 합법적이지 않으며 지역당(옛 집권당)과 다른 정당 당원들이 없는 가운데 의회에서 취해진 결정들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깊은 정치적 위기에서 구하기위한 중요한 타협안(21일 협정) 이행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즉각 헌법의 틀 안으로 돌려 놓을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동남부와 크림반도의 주민들은 장관들을 광장에 모인 군중이 선출하는 무정부 상태와 혼란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야누코비치는 “합법적 대통령 자격으로 군대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정치적 사건들에 간여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누군가가 그러한 명령(정치 사건 개입 명령)을 군대나 사법기관에 내리면 그러한 명령은 불법적이고 범죄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호소문이 어디서 작성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야누코비치는 지난 21일 수도 키예프를 떠나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동부 지역으로 도피한 뒤 23일 러시아 흑해함대가 주둔하고 있는 크림반도로 잠입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이후 행적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앞서 일부 러시아 언론은 자국 정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이미 우크라이나를 떠나 러시아로 입국했으며 현재 모스크바 인근 정부 산하 휴양소에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보도에 미루어 볼 때 실제로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모스크바 인근에 머물면서 러시아 정부에 보호를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러시아 정부 관계자는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러시아에서 보호를 받을 것이라고 이타르타스 통신에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러시아 정부에 신변 안전을 확보해 달라고 요청했고 러시아 정부가 이 요청을 수락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야누코비치 측근들은 “인터넷에 유포되고 있는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호소문은 가짜”라고 주장했다.

호소문과 관련 우크라이나의 기존 최대 야당인 ‘바티키프쉬나’(조국당) 대표 아르세니 야체뉵은 야누코비치는 더이상 우크라이나의 대통령이 아니며 그는 대량 학살 혐의로 수배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