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 친구’ 中에 당근과 채찍… 관세면제 부활, 수출통제 압박

美 ‘러 친구’ 中에 당근과 채찍… 관세면제 부활, 수출통제 압박

류지영 기자
입력 2022-03-24 21:00
수정 2022-03-25 02:5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美, 中제품 352개 관세 예외 적용
수산물·화학제품·농기계 등 포함
물가 잡고 중러 떼 놓으려는 의도
“러에 반도체 팔면 문 닫게 될 것”
美, 中기업 수출통제 위반 경고도

이미지 확대
유엔 안보리, 러시아가 낸 ‘물타기 결의안’ 부결… 중러만 찬성
유엔 안보리, 러시아가 낸 ‘물타기 결의안’ 부결… 중러만 찬성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결의안이 부결됐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이뤄진 표결 결과 찬성 2표, 기권은 13표로 찬성표는 러시아와 중국이 던졌다. 결의안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인권적 위기가 멈춰져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지만 정작 러시아의 침공 사실은 언급되지 않았다. 사진은 이날 장준(가운데) 유엔 주재 중국대사가 유엔본부에서 안보리 관계자와 대화하는 모습.
뉴욕 AFP 연합뉴스
중국이 ‘러시아를 도우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미국의 압박에 분명한 입장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꺼내 들었다. 미 정부는 일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예외 조치를 부활시켜 달래기에 나서는 동시에 “중국이 러시아에 반도체를 수출하면 (해당 업체는)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23일(현지시간) “2021년부터 고율 관세가 되살아난 549개 품목 가운데 352개에 대해 ‘관세 부과 예외’ 조항을 다시 적용한다”고 밝혔다. 7.5~25%의 관세를 부과받던 중국산 수산물과 화학제품, 공기정화기, 의료기기, 농기계 등에 대한 관세가 면제된다. 지난해 10월 12일부터 소급 적용돼 올해 말까지 이어진다. 반도체와 차량용 배터리 등 미국이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구축을 선언한 제품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USTR은 “이번 결정은 다른 기관과 충분히 상의해 숙고한 끝에 내려졌다”며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물가상승률 추세를 잡기 위한 조치임을 시사했다.

2018년 3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은 “무역전쟁은 좋은 것이다. 우리가 쉽게 승리할 것”이라며 중국산 제품에 무더기 ‘관세 폭탄’을 투하했다. 미 경제 곳곳에서 부작용이 생겨나자 2200여개 품목에 한시적 관세 면제를 허용했다. 이들 대부분은 2019년에 기한이 끝났지만 549개 품목은 산업계 요청으로 지난해 말까지 혜택이 이어졌다. 이번에 USTR이 352개를 추려 또다시 관세를 면제한 것이다.

애초 바이든 행정부는 이 카드를 지렛대 삼아 중국과 ‘밀고 당기기’를 할 심산이었다. 그러나 대만과 신장위구르자치구·홍콩 문제를 두고 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진척이 없었다. 그럼에도 미 당국이 관세 면제 의사를 표명한 것은 중국을 러시아로부터 떼어 놓고자 ‘유인책’을 제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번 조치는 미중 무역전쟁의 일부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베이징은 크게 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줴팅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24일 “대중 고율 관세가 모두 사라져 양국 관계가 정상 궤도로 돌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도 “미중 무역전쟁에는 승자가 없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은 ‘경고장’도 함께 보냈다. 이날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중국의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의 소프트웨어에 의존하고 있다. 이들 기업도 우리의 수출 통제에 따라야 한다는 뜻”이라며 “그들(중국 기업)이 러시아에 반도체를 팔고 있음을 알게 되면 우리는 소프트웨어를 차단해 회사 문을 닫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중신궈지(SMIC) 등을 겨냥한 발언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이 러시아의 대금 결제를 용이하게 도와주는지, 수출 통제에 반하는 시도를 하는지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거들었다.
2022-03-25 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1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