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임기규정 삭제안’ 제시…합법적인 장기집권 토대 마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5년 이상 장기 집권의 길을 열었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서울신문 DB
그러나 다음달 5일 개막하는 올해 전인대에서 당 중앙위원회 제안대로 임기 규정을 삭제하면 시 주석은 10년 임기를 마무리하는 2022년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국가주석을 맡을 수 있게 돼 장기 집권의 길이 열리게 된다. 이럴 경우 15년 이상 국가주석으로서 집권할 수 있게 된다.
공산당은 또 지난 40년 동안 10~12월에 열리던 세 번째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중전회)를 26~28일 시 주석 주재로 개최한다. 지난달 18~19일 2중전회가 열린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3중전회를 여는 것은 1978년 개혁개방의 전통을 연 3중전회 이후 처음이다.
시진핑 사상을 헌법에 삽입하는 논의를 주로 한 2중전회에 이어 이번 3중전회는 양회에서 임명될 주요 지도부 인선을 하게 된다. 차기 지도부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단연 인민은행 총재와 경제 부총리에 내정된 류허(劉鶴)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이다.
류는 시 주석과 중학교 동창으로 10대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경제사령탑’으로 류가 부상하면 자연히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입지는 더 위축된다. 양회를 앞두고 리 총리의 측근인 양징(楊晶) 중국 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가 비리 혐의로 낙마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미국에서 4년간 공부해 영어도 유창한 류는 지난 다보스포럼 중국 대표단으로 세계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지난 23일 공식적으로 경영권을 국가에 내준 우샤오후이(吳小暉) 안방보험 회장의 기소도 결국 류가 촉발했다. 지난해 초 류가 일본 거품경제와 장기불황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중국 당국은 지난해 6월 안방보험, HNA그룹, 푸싱인터내셔널 등 세계 인수·합병(M&A)의 큰손으로 불리던 기업들의 자금 조달 내역을 요구했다. 이후 중국 정부는 대대적인 부채 축소를 외치며 빚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우 전 회장은 덩샤오핑(鄧小平) 외손녀의 사위라는 혼맥을 활용해 혁명원로 2세들을 등에 업고 사업을 확장했다. 태자당으로 불리는 혁명원로의 자제들은 시 주석의 경계 대상이었으며, 결국 양회를 앞두고 1년간 안방보험의 경영은 인민은행 등 중국당국이 맡게 됐다.
시 주석이 안방보험을 통해 경쟁세력인 태자당에 흘러가던 자금줄을 끊음으로써 정치적 대항마를 차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보험감독관리위원회는 횡령 등 다수의 법규 위반행위를 지난해 6월 시작한 안방보험 조사를 통해 발견했으며, 위탁경영을 통해 소유구조를 정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명한 사실은 경제사령탑의 교체에도 중요한 경제정책 결정은 여전히 시 주석이 한다는 것이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2018-02-26 1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