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수 신세 앞둔 ‘태자당’ 선두주자 보시라이

장기수 신세 앞둔 ‘태자당’ 선두주자 보시라이

입력 2013-08-22 00:00
업데이트 2013-08-2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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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수수와 공금횡령, 직권남용 혐의로 22일 오전 법정에 선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당서기 겸 중앙정치국원의 이름 앞에는 화려한 수식어가 많이 붙는다.

중국의 8대 혁명 원로인 보이보(薄一波) 전 부총리 아들, 중국의 핵심 지도자 그룹인 태자당(太子黨)의 선두 주자. 한때 ‘중국의 재클린’으로 통하며 중국에서 가장 잘 나가던 여인이었던 구카이라이(谷開來)는 그의 부인이다.

구카이라이는 1930년대 항일 전쟁에서 공을 세운 인민해방군 구징성(谷景生) 장군의 딸로 역시 태자당의 주요인물로 분류된다.

1949년생인 보시라이는 문화대혁명 시기 장기간 노동자 생활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29세 때인 1978년 베이징대 역사학과에 입학한 것을 시작으로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1982년 중국사회과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곧바로 공산당 중앙서기처 간부로 발탁됐고 불과 35살에 다롄(大連)시 부시장에 임명됐다. 다롄시 시장과 랴오닝성 성장자리도 거쳤다.

2004년 중국의 대외 무역정책을 진두지휘하는 상무부장으로 승진한 그는 2007년마침내 중국 권력의 심장부인 중앙정치국에 진입했다.

정치국원으로서의 보직은 상대적으로 한직으로 평가받는 충칭시 서기였지만 ‘범죄와의 전쟁’을 통해 관내 조직폭력배를 소탕하고 혁명가요 부르기 캠페인, 분배 중시 경제 정책 등을 전개하며 신좌파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이같은 정책들은 충칭시 시민으로부터 상당히 좋은 평가도 받았지만 정치국 상무위원회 진입을 위한 기반쌓기라는 평가도 많았다.

실제 보시라이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중국의 제5세대 지도부를 구성하기 위해 제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2012년 11월 개최)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태자당’이라는 강력한 배경을 바탕으로 권력의 정점을 향해 ‘가속 패달’을 밟아온 보시라이의 몰락은 2011년 11월 충칭시의 한 호텔에서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가 사망하면서 시작됐다.

특히 헤이우드가 보시라이 가족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그가 쿠카이라이에 의해 독살됐다는 의혹과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보시라이도 이 사건에 끌려들어갔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보시라이의 심복있던 충칭시 공안국장 왕리쥔(王立軍)은 지난해 1월 말 보시라이를 찾아가 구카이라이가 저지른 헤이우드 살인사건의 전모를 보고했지만 보시라이는 오히려 왕리쥔을 공안국장 자리에서 쫓아내버렸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왕리쥔은 며칠 뒤 쓰촨성 청두(成都) 주재 미국 총영사관으로 도주해 망명을 신청했고, 일가의 비밀이 알려질 것을 두려워한 보시라이는 즉각 충칭시 무장경력을 청두시로 보내 미국 총영사관을 포위했다.

당시 왕리쥔 신병을 서로 확보하려고 보시라이의 지시를 받은 황치판(黃奇帆) 충칭시장이 이끄는 충칭시 무장 경력과 중앙 정부 지시를 받는 쓰촨성의 무장 경력이 미 총영사관 앞에서 대치하는 상황까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 이후 중국 지도부 안에서는 보시라이에 대한 처리 문제를 놓고 권력투쟁 양상까지 보였지만 헤이우드의 혈액 샘플, 구카이라이의 자백녹음 파일 등이 제출되면서 보시라이는 3월 마침내 충칭시 당서기에서 해임됐다.

공산당 정치국은 이어 4월 보시라이의 정치국원 자격을 정지시키고 중앙기율조사위 조사를 받게 하는 결정을 내렸으며 9월에는 당 중위원회가 보시라이에 대한 출당 조치 및 사법처리를 결정했다.

보시라이 사건은 특히 태자당, 상하이방, 공산주의청년단파 등 당내 주요 계파가 중국의 차기 지도부에 입성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시기에 발생해 정국을 시계제로의 상태로 몰아넣었다.

당내 일각에서는 보시라이의 출신성분과 정치국원 직위 등을 감안해 그에 대한 법원 판결이 관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비롯해 사법당국이 고위관료의 부정부패에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과연 어떤 판결이 나올것인지 중국은 물론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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