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회담 개최지 왜 베트남인가
美에 패전 안긴 베트남… 평화 가교로美, 동남아국가와 연대로 中봉쇄 전략
北, 체제 비슷… 의전·경호 원활 판단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거론되는 다낭 ‘인터컨티넨털 리조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만나겠다”고 밝힌 가운데 다낭이 유력한 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거론된다. 외교가에서는 김 위원장이 베트남 정부와의 연쇄 회담을 고려해 하노이를 선호하고 있으며, 미국은 베트남전쟁 당시 인근에 군사 기지를 둬 지리에 익숙한 다낭을 선호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다낭으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사진은 2017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렸던 다낭의 ‘인터컨티넨털 다낭 선 페닌슐라 리조트’ 전경.
다낭 AP통신 연합뉴스
다낭 AP통신 연합뉴스
미국은 1965년부터 1975년까지 베트남전에서 6만여명의 전사자를 내고도 베트남의 공산 통일을 막지 못한 채 철수했다. 이로 인해 대외적으로 최강국가 이미지의 타격과 함께 대내적으로는 전쟁윤리 논란 등 내환에 휩싸였다. 미국은 베트남에 대한 경제 제재조치를 이어 오다가 1995년에서야 국교를 수립했다.
베트남은 북한과는 반세기 넘게 친교와 반목 등 곡절을 겪어왔다. 1950년 1월 수교한 북한과 베트남은 ‘사회주의 형제’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하지만 베트남이 1978년 12월 캄보디아의 친중국 정권을 침공하자 북한이 베트남을 비난하면서 양국은 대사를 철수시키는 등 관계가 냉각됐다. 또 베트남이 개혁·개방정책인 ‘도이모이’(쇄신)를 채택하고 1995년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를 이루자 양국은 형식적 우호 관계만 유지해 왔다. 그러던 중 2001년 7월과 2002년 5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천 득 렁 베트남 주석의 상호방문을 계기로 양국은 관계 회복을 모색하기 시작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권 후에는 양국 관계가 다시 빠른 속도로 복원되고 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베트남을 미국이 고른 것은 중국에 대한 견제 목적도 있어 보인다. 미국은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과 연대해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을 봉쇄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북한이 베트남을 선택한 것은 체제가 비슷한 데다 북한 대사관이 있는 국가여서 김 위원장에 대한 의전과 경호 등이 원활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대외 경제 개방 차원에서 준비 중인 원산 갈마 관광지구와 관련해 베트남 다낭 등을 적합한 모델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2019-02-07 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