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슈퍼파워 위상 쇠퇴” vs “타격 장기화 없을 듯”
미국을 디폴트 코앞까지 몰고 간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이 16일 만에 가까스로 끝났으나 미국 내 뿐만 아니라 국제적 영향력에도 적잖은 상처를 입혔다.그동안 미국은 ‘전 세계 최고의 민주주의 정치제도’를 갖고 있다고 자부해 왔으며 강한 국방력(하드파워)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설파하는 가치와 선진적 이미지 등 소프트파워를 바탕으로 세계무대에서 지배력을 발휘해 왔다.
그러나 미국의 정치 체제가 또한번 극한적 정쟁에 취약한 면모를 여실히 노출하면서, 이런 전략 또한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보좌관을 역임한 새뮤얼 버거는 “(셧다운이) 세계에 대한 미국의 권위와 영향력을 갉아먹는 효과를 낼 것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1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단언했다.
미국 정치권은 과세와 공공지출, 부채한도 등 주요 이슈마다 타협보다는 대립을 선택해 왔다는 것이 전직 정책 수행자들의 지적이다.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법)를 무력화하려고 국가 디폴트 위기를 볼모로 삼은 공화당이나, 국가위기 관리 능력에 뚜렷한 한계를 보인 버락 오바마 행정부 모두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셧다운 사태로 미국은 외교나 경제에서나 신뢰 저하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 정보수집 의혹 탓에 그렇지 않아도 국제사회의 눈길이 곱지 않은 상황이었다.
국내 정치에 발이 묶인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포함한 아시아 4개국 순방 일정을 취소했다. 패권경쟁 맞수인 중국은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외교 공세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로이터 통신은 이에 대해 “외교정책의 초점을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에 맞췄던 오바마 행정부에는 단지 잠깐의 퇴보 이상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이달 워싱턴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는 미국의 국가 디폴트 가능성이 세계경제에 가하는 심각한 리스크가 주된 주제로 논의됐다.
소프트파워 개념을 주창한 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효과적인 정부 관리와 기축통화 달러의 명성에 생채기가 났다”고 우려했다.
세계 각국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멕시코의 하비에르 트레비뇨 전 외무차관은 미국의 적수들이 득을 보고 있다며 “러시아와 중국, 북한, 시리아에 잘못된 신호가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한 아랍 국가 외교관은 “중동에서 미국이 유일한 슈퍼파워라는 생각이 사라져가고 있다”고 전했다.
유로존 위기에 대한 미국의 ‘훈계’에 짜증을 내던 유럽은 고소함을 숨길 수 없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모든 비판을 고려하더라도 역사적 선례로 볼 때 타격이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1996년 클린턴 행정부 때의 셧다운도 결국에는 “딸꾹질 정도도 일으키지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은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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