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빙? 얼굴만 푸틴, 목소리 기괴 ‘굴욕’ 시진핑은 연설 취소…브릭스 웅성 [월드뷰]

더빙? 얼굴만 푸틴, 목소리 기괴 ‘굴욕’ 시진핑은 연설 취소…브릭스 웅성 [월드뷰]

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입력 2023-08-23 11:58
수정 2023-11-0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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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영장’ 푸틴, 브릭스 비즈니스포럼 화상 녹화 연설
“더빙?” 얼굴만 푸틴…행사장 음향 사고인 듯 “또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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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화상 녹화 연설이 재생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전쟁범죄 혐의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 영장 발부로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대신 보냈다. 2023.8.22 AP 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화상 녹화 연설이 재생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전쟁범죄 혐의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 영장 발부로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대신 보냈다. 2023.8.22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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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화상 녹화 연설이 재생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전쟁범죄 혐의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 영장 발부로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대신 보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의 화상연설은 다른 남성의 목소리가 입혀진 ‘더빙 연설’이라 의문을 자아냈다. 실제 연설이 재생되자 일부 청중은 웅성거리기도 했다. 2023.8.22 리아 노보스티
2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화상 녹화 연설이 재생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전쟁범죄 혐의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 영장 발부로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대신 보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의 화상연설은 다른 남성의 목소리가 입혀진 ‘더빙 연설’이라 의문을 자아냈다. 실제 연설이 재생되자 일부 청중은 웅성거리기도 했다. 2023.8.22 리아 노보스티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가 22일(현지시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샌튼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가운데,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더빙 연설’ 의혹에 휩싸였다.

푸틴 대통령은 전쟁범죄 혐의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 영장 발부로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대신 보냈다. 그는 화상으로만 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브릭스 비즈니스포럼 화상 녹화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은 자국 곡물과 비료 수출 제재로 국제 식량 안보가 위태로워졌다며 서방의 제재를 강력히 비난했다.

그는 또 “흑해곡물협정이 체결된 후 1년간 수출된 우크라이나 곡물 중 70% 이상이 선진국으로 공급됐다”며 “아프리카의 빈곤국으로 제공된 곡물은 3%도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러시아는 아프리카 6개국에 2만 5000~5만t의 곡물을 공급하는 것을 시작으로 아프리카에 대한 곡물 무상지원에 나설 것이며 이를 위한 협상이 마무리 단계라고 전했다.

지난달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 때 그가 밝힌 내용에서 크게 벗어난 것 없는 연설이었다.

다만 이날 화상연설은 얼굴만 푸틴 대통령이고 목소리가 달라 ‘더빙 연설’ 의혹이 불거졌다. 실제 연설이 재생되자 일부 청중은 웅성거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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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화상 녹화 연설이 재생되고 있다. 2023.8.22 AP 남아공 대통령실
2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화상 녹화 연설이 재생되고 있다. 2023.8.22 AP 남아공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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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렘린궁이 22일(현지시간) 브릭스(BRICS) 행사에 맞춰 게시한 푸틴 대통령의 화상 녹화 연설은 행사장에서와 달리 푸틴의 목소리가 그대로 담겨 있다. 2023.8.22 크렘린궁
크렘린궁이 22일(현지시간) 브릭스(BRICS) 행사에 맞춰 게시한 푸틴 대통령의 화상 녹화 연설은 행사장에서와 달리 푸틴의 목소리가 그대로 담겨 있다. 2023.8.22 크렘린궁
러시아 리아 노보스티 통신은 화상 녹화 연설에 푸틴 대통령이 아닌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입혀져 있었다고 전했다. 더빙 연설의 배경에 대해선 확인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녹화 연설을 내보내기 직전 멘트 수정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음모론을 제기했고, 반러 진영에서는 “굴욕”이란 평가를 내놨다.

일단 이번 일은 행사장의 단순 음향사고로 의견이 쏠리는 모양새다.

녹화분이긴 하지만 국가 정상의 연설을 영어 등 타국어도 아닌 모국어로 다시 더빙해 내보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크렘린궁이 행사에 맞춰 게시한 푸틴 대통령의 화상 녹화 연설 영상에도 목소리가 정상적으로 담겨 있다.

다만 브릭스 주요 행사인 비즈니스포럼을 둘러싼 잡음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포럼 및 만찬에 통보 없이 불참, 예정된 연설을 왕웬타오 중국 상무부장에게 대독시켰다.

시진핑, 포럼 폐막식 연설 돌연 취소…반서방 연대 구축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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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 비즈니스포럼에서 왕웬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설을 대독하고 있다. 2023.8.22 AFP 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 비즈니스포럼에서 왕웬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설을 대독하고 있다. 2023.8.22 AFP 연합뉴스
시 주석은 남아공에 비교적 일찍 도착해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과 양자 회담하는 등 정상적으로 일정을 소화했다. 그러나 이날 브릭스 주요 행사인 비즈니스포럼 참석 및 연설을 돌연 생략했다.

왕웬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포럼에 대신 참석해 “브릭스 비즈니스 포럼 폐막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대신해 연설문을 낭독하게 돼 큰 영광”이라며 시 주석의 연설문을 대독했다.

보이콧 배경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지만, 반(反)서방 연대 구축에 대한 회원국 간 이견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경제·안보 분야에서 미국의 견제와 압박을 받는 중국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고립을 탈피하려는 러시아는 브릭스의 외연 확장에 적극적이다.

특히 중국은 최근 미국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한미일의 공조 강화에 맞서 브릭스를 토대로 G7에 맞설 연대 구축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일부 회원국이 서방과의 경쟁 체제를 거부하면서 엇박자도 연출되고 있다.

특히 21일 남아공에 도착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브릭스는 주요 7개국(G7)이나 주요 20개국(G20)의 대항마가 아니”라며 “미국과의 경쟁 체제를 구축하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SNS에 밝혔다.

브릭스를 지렛대로 반서방 연대를 구축, 미국과 유럽연합(EU) 중심의 국제 질서에 대항하려는 중국·러시아의 의도에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날 브릭스 비즈니스포럼 연설에서도 “대통령으로 다시 취임한 이후 미국, EU와의 관계를 회복했다”고 언급하는 등 서방과 관계 개선을 강조했다.

인도 역시 브라질과 마찬가지로 반서방 연대 구축을 위한 회원국 확대 문제에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이 연설을 돌연 취소한 것은 이 같은 회원국 내 파열음에 대한 불만 표시인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 연설문서 “어떤 나라는 우리 압박” 美견제…개도국 협력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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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2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참석해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23.8.22 로이터 연합뉴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2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참석해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23.8.22 로이터 연합뉴스
한편 시 주석은 왕웬타오 상무부장이 대독한 비즈니스포럼 폐막식 연설에서 “어떤 나라는 패권적 지위를 잃지 않기 위해 신흥시장국과 개발도상국을 압박하고 있다”며 “우리는 공동 발전과 번영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3월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과 세계 정당 고위급 회담에서의 자신의 기조연설 일부인 “남의 등불을 끈다고 결코 자신이 더 밝아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표현을 다시 한번 썼다.

시 주석은 또 “각국 인민이 바라는 것은 신냉전이나 소집단이 아니라 평화롭고 안전한 세계”라거나 “군사동맹을 끊임없이 확대하고 자신의 세력 범위를 확장하는 것은 다른 나라의 안보를 위협하는 것으로 필연적으로 안보 딜레마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정 국가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에 대한 경제·무역 압박을 강화하고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한미일 군사협력 등으로 중국 포위에 나선 미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그러면서 “모든 나라는 발전할 권리가 있고 모든 국민은 행복한 삶을 추구할 자유가 있다”며 “중국은 여러 나라와 협력해 공동으로 도전에 대응하고 모든 국가 인민의 복지를 증진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안보 문제에 대해서도 “각국과 협력해 대립이 아닌 대화, 동맹이 아닌 동반자, 제로섬이 아닌 상생의 안보 공동체를 만들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경제 위기설을 일축하며 세계 경제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발언도 잊지 않았다.

시 주석은 “중국 경제는 근성이 강하고 잠재력이 크며 활력이 충분해 장기 호황의 기본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세계 경제에 더 크게 기여하고 모든 국가의 산업과 상업에 더 큰 공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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