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좋아야 중국인”…귀화선수에 中여론 천지 차이

“성적 좋아야 중국인”…귀화선수에 中여론 천지 차이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2-02-10 12:42
수정 2022-02-10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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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에일린 구, 영웅 대접…‘피겨 실수’ 주이엔 맹비난

중국 귀화선수 에일린 구와 주이
중국 귀화선수 에일린 구와 주이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중국 대표팀으로 출전한 귀화선수들. 스키 프리스타일 여자 빅에어 종목에서 우승한 에일린 구(중국명 구아이링)와 피겨스케이팅 대표 주이.
AP 연합뉴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위해 중국이 외국 국적의 선수를 귀화시켜 대표팀으로 출전케 했으나 성적에 따라 찬사와 비난이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10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쿼츠 등은 이번 올림픽 출전을 위해 중국으로 귀화한 선수들을 조명했다.

가장 극명하게 여론이 엇갈린 선수는 스키 프리스타일 여자 빅에어 종목에서 우승한 에일린 구(중국명 구아이링)와 피겨스케이팅 대표 주이다.

에일린 구와 주이 모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다.

미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에일린 구는 지난 8일 금메달을 딴 뒤 한동안 중국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를 가득 채웠다.

중국중앙(CC)TV도 에일린 구의 경기를 여러 차례 방송했다.
주이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태어나 이번 대회 중국 스키 대표로 나선 에일린 구가 7일 베이징의 서우강 빅에어 경기장에서 진행된 스키 프리스타일 빅에어 예선 결과 5위를 차지한 뒤 만족한 듯 환한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베이징 AP 연합뉴스
주이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태어나 이번 대회 중국 스키 대표로 나선 에일린 구가 7일 베이징의 서우강 빅에어 경기장에서 진행된 스키 프리스타일 빅에어 예선 결과 5위를 차지한 뒤 만족한 듯 환한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베이징 AP 연합뉴스
에일린 구의 유창한 중국어와 능숙한 언론 대처도 중국 내에서 박수를 받고 있다.

중국은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에일린 구가 미국 시민권을 포기했는지 여부는 세간의 관심사였다.

금메달을 딴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에일린 구는 관련 질문에 “스포츠는 사람들을 하나로 만들어준다. 국적과 무관한 일이다. 사람들을 갈라놓는 일이 아니다”라며 에둘러 답했다.

펑솨이가 자신의 경기를 관전한 것과 관련해 ‘여전히 국제적인 우려가 있다’는 질문이 나오자 “펑솨이가 내 경기를 봐줘서 정말 영광”이라면서 “그가 건강히 활동하고 있는 것은 감사한 일”이라고 답했다.

WP는 에일린 구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능숙하고 균형 있게 다뤘다고 평가했다.

현지 기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중국음식에 대해 묻자 에일린 구는 유창한 중국어로 “북경오리”라고 답했다.

뛰어난 성적과 더불어 이 같은 언행으로 중국 현지에서 에일린 구는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대회 개막 전 이미 25개 브랜드와 광고 계약을 맺은 에일린 구는 금메달 프리미엄까지 더해지면서 광고 모델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주이에 대한 반응은 에일린 구와 천지 차이였다.

주이는 피겨스케이팅 단체전에서 실수를 연발, 개인점수 최하위를 기록했고 그 여파로 중국 팀은 메달권에 들지 못했다.
미국에서 태어나 중국에 귀화한 중국 피겨선수 주이가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 단체전에서 첫 콤비네이션 점프 착지 실수한 뒤 벽에 충돌하고 있다. 그러자 중국 네티즌들은 주이에 대해 “수치스럽다”며 비난에 나섰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에서 태어나 중국에 귀화한 중국 피겨선수 주이가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 단체전에서 첫 콤비네이션 점프 착지 실수한 뒤 벽에 충돌하고 있다. 그러자 중국 네티즌들은 주이에 대해 “수치스럽다”며 비난에 나섰다. 로이터 연합뉴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 ‘주이가 넘어졌다’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의 조회 수는 3억회를 기록했다.

심지어 주이의 중국어가 유창하지 못한 점까지 비난의 대상이 됐다. 극성 민족주의자들은 “애국심 이전에 중국어부터 가르쳐라”는 글을 올렸다.

웨이보는 주이를 향해 사이버 폭력을 가한 계정 93개를 차단했고, 게시물도 300여개 삭제했다.

WP는 중국이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메달 획득이 어려운 종목을 중심으로 귀화 선수를 대거 받아들였지만 곳곳에서 예상 밖의 전개와 트라우마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일린 구처럼 성적이 좋으면 영웅으로 떠오르지만 경기장 안팎에서 실수라도 했다간 자칫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는 중국에서 귀화 선수들이 중국 법 체계와 국가대표팀의 미래에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공식적인 설명이 부족해 부정적 여론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고 WP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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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이. AFP 연합뉴스
주이.
AFP 연합뉴스
베이징에서 활동 중인 스포츠 평론가 션 왕은 “귀화선수는 주최국이 특정 종목에서 단시간에 성적을 낼 수 있는 지름길”이라면서도 이번 대회에서 중국이 받아들인 귀화선수가 주로 중국계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왕은 “중국 체육계에선 아직 (인종) 다양성에 대한 인식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미주리대의 중국 스포츠 전문가 수전 브로우넬 역시 “(중국의 귀화선수의 대표팀 대거 선발에) 매우 놀랐다”면서 “과거에 귀화선수가 많지 않았던 것은 솔직히 말하면 (중국의) ‘외국인 혐오’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WP는 중국 내 민족주의적 여론은 다른 나라 대표팀으로 뛰고 있는 중국계 선수에 대해서도 찬사와 비난이 널뛰듯 오가는 경우가 흔하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쇼트트랙에서 편파 판정으로 금메달을 놓친 헝가리의 사올린 샨도르 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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샨도르 류의 황망한 표정
샨도르 류의 황망한 표정 헝가리 대표팀의 사올린 샨도르 류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전에서 첫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페널티를 받으면서 금메달을 놓쳤다. 로이터 연합뉴스
그는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런쯔웨이(중국)와 몸싸움 끝에 결승선을 먼저 통과했지만 페널티를 받아 실격하면서 메달을 양보해야 했다.

대회 개막 전에는 중국 온라인상에서 사올린 샨도르 류를 향한 여론이 대부분 호의적인 찬사였지만 쇼트트랙 경기 다음날 여론은 돌변했다.

웨이보에는 ‘사올린 샨도르가 규정을 위반했다’는 해시태그가 붙은 게시물의 조회 수가 2억 8000만회를 넘겼다.

중국계 미국 피겨 스케이팅 대표인 네이선 첸과 빈센트 저우는 과거에는 중국계라는 점 덕분에 긍정적 평가를 받았을지 몰라도 이제 무관심과 조롱의 대상이라고 WP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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