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반발로 협상 리스크 커져…단계해법 거부해온 트럼프, ‘전략수정’ 불가피
3주 앞으로 다가온 6·12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치’와 ‘현실’의 간극 속에서 난감한 상황에 처한 모양새다.미국, 북한의 고위급회담 중지 선언에도 “북미정상회담 준비 계속”
오는 6월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을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합성 사진.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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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계적 해법’ 거부해온 트럼프…‘전략수정’ 불가피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대화에 응하면서 내세운 가장 큰 원칙은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그 핵심은 북핵 협상에서 ‘단계적 접근’ 방식을 적용하지 않는 것이다. 비핵화 과정을 단계별로 쪼개 이행과 보상조치를 주고받는 방식이 결국 북한의 ‘시간벌기’에만 이용된 채 실패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한 인식이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는 향후 6개월 이내에 핵무기 일부를 넘기고 관련시설을 폐쇄하며 사찰을 허용하는 ‘타임 테이블’이 유력하게 검토돼왔다.
그러나 북한이 지난 16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을 통해 ‘일방적인 핵포기를 강요하면 북미정상회담을 재고려할 수 있다’는 담화를 내놓으면서 이 같은 구상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대북협상 경험이 있는 관리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 성공하려면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전통적인 협상 스타일을 고려할 때 무리라는 얘기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NYT에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로 6개월 안에 북한이 아무 보상 없이 핵무기를 넘기는 것을 기대한다면, 그것은 매우 비현실적”이라며 결국 이전 정부들이 시도했던 방식대로 트럼프 정부 역시 일종의 단계적 조치를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협상력 갉아먹는 악재들…경험부족·노벨상 열망·이란핵합의 철회
미국 관리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김정은 위원장과의 담판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지이다. ‘협상의 달인’으로 불리는 기업가 출신의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복잡한 기술적 이해와 외교적 지식이 필요한 핵 문제를 놓고 협상을 해본 경험은 없다.
특히 미국이 협상에서 결코 양보해서는 안될 핵심요소를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또 실제로 협상에 들어갔을 때 어떤 카드를 활용할 것인지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우라늄 농축 능력과 플루토늄 재처리, 핵무기 생산 및 미사일 프로그램 등에 대한 세세한 브리핑을 듣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는 게 참모들의 전언이다.
이는 김 위원장에 대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의 인상평과 대조적이다. 최근 두 차례 방북을 마치고 돌아온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은 김 위원장에 대해 ‘복잡한 논의에도 아주 능할 정도로 영리하다’고 점수를 줬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찌감치 노벨평화상 수상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 보인 것이 협상력을 갉아먹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열망을 알아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협상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희미해질” 약속을 할 수도 있다는 게 NYT의 분석이다.
이란 핵합의를 철회한 것 역시 대북협상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만일 북미정상회담이 이란 핵합의보다 못한 결과물을 도출한다면 이번 회담을 성공했다고 주장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2015년 극적 타결된 이란 핵합의는 이란이 보유한 핵물질의 95%를 국외로 검증가능하게 반출하는 ‘높은 수준’의 합의 내용을 담고 있다는 평가다.
◇ 워싱턴내 회의론 다시 고개…WP “백악관내 우려 확산”
주말을 거치면서 워싱턴 조야에서는 이번 북미정상회담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는 분위기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가들은 수년전부터 북한이 핵포기 가능성이 없다고 경고해왔다고 NYT가 보도했다. 미국과 동맹이 어떤 보상책을 제공하더라도 핵무기 능력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다만 주한미군 등 역내 주둔 미군의 상당수가 철수할 경우 실험을 중단하고 일부 핵무기 능력을 포기할 수는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통화가 “북한이 비핵화 합의 도출에 진지하지 않은 것 같다는 우려가 백악관 내에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며 “다가오는 북미정상회담 준비 계획이 복잡해진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 트럼프, 참모들에 ‘대책’ 다그쳐…文대통령 ‘중재역’ 크게 주목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트럼프 대통령은 자칫 이번 회담이 ‘정치적 낭패’로 끝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참모들에게 ‘대책’을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특히 지난 16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 발표에 적잖이 놀라고 화가 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18일 참모들에게 회담을 계속해서 진행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는 것이다.
22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19일 밤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건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를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통화에서 북한의 공식 담화내용과 문 대통령이 자신에게 전달해온 내용이 왜 다른지를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볼 때 21일 워싱턴 방문길에 오르는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이 더욱 긴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와 이를 구체적 결과물로 이끌어낼 방법론을 놓고 북미가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의미있는 ‘중재카드’를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거의 매일같이 한국측 카운터 파트인 정의용 국가안보보좌관과 접촉을 갖고 전략을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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