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대지정 틀 깨고 차기주자 지정 안해…충성 경쟁 유도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상무위원 명단에 후계자로 거론됐던 후춘화(胡春華) 광둥(廣東)성 서기와 천민얼(陳敏爾) 충칭(重慶)시 서기를 제외함으로써 후계구도가 베일에 가려졌다.특히 새 상무위원 면면을 보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1인체제’ 강화는 물론 3연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시진핑에 충성 경쟁을 벌였던 핵심 세력이 대거 상무위원단에 합류한 것이 눈에 띈다.
이날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 1차 전체회의(19기 1중전회)에서 공산당 최고 권력기구인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권력 서열에 따라 내외신 기자들 앞에 선보였지만 후춘화와 천민얼은 보이지 않았다.
후춘화의 탈락은 시 주석이 중국 공산당 불문율인 ‘격대지정(隔代指定)’의 전통을 깨뜨렸다는 걸 의미한다.
격대지정은 중국 지도자가 한 세대를 건너뛰어 그다음 세대 지도자를 미리 지정하는 것을 말한다.
덩샤오핑(鄧小平)은 장쩌민 전 주석을 이을 후진타오(胡錦濤)를 미리 낙점했고, 후진타오는 시 주석을 이을 지도자로 후춘화와 쑨정차이(孫政才) 전 충칭 당 서기를 지정했다.
하지만 쑨정차이 전 서기는 지난 7월 부패 혐의로 낙마했고, 후춘화도 상무위원에 진입하지 못했다.
차기 후계자로 점쳐졌던 천민얼마저 상무위원에 진입하지 못함으로써 시 주석의 후계 구도는 베일에 가려졌다.
다만 후춘화와 천민얼은 25인의 정치국원에 포함돼 시진핑을 향한 열띤 충성경쟁을 통해 후계지명을 받을 수 있는 발판은 마련했다.
이를 두고 베이징 정가에선 시 주석이 후계 지정을 하지 않고 당 주석 제도를 신설해 그 자리에 오름으로써 10년 임기를 마치는 2022년 이후에도 장기 집권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새 상무위원단에 시진핑 친위세력인 시자쥔(習家軍)이 대거 포진한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시진핑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리잔수(栗戰書) 중앙판공청 주임은 시 주석과 산시(陝西)성 하방(下放·지식인을 노동 현장으로 보냄)을 같이 한 인물이다. 왕양(汪洋)은 시 주석이 다소 배척하는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의 퇀파이(團派)이지만 업무능력에서 시 주석의 신뢰를 받아 지난 5년간 여러 요직에 중용되는 등 승승장구했다.
왕후닝(王호<삼수변+扈>寧) 중앙정책 연구실 주임은 시진핑의 책사로 불리면서 시 주석의 해외순방때마다 수행했다.
자오러지(趙樂際)는 그의 부친이 시 주석의 부친인 시중쉰(習仲勳) 전 부총리의 고향 친구이자 부하였던 인연이 작용했다는 후문도 있지만 인사·조직을 주무르는 중앙조직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시 주석의 반부패 인적 청산을 뒷받침하고 시자쥔의 핵심인물을 요직에 중용해 시 주석의 평가를 받았다.
한정(韓正) 상하이시 서기는 장쩌민(江澤民) 계열의 상하이방(上海幇·상하이 출신 정·재계 인맥) 으로 분류되기도 했지만 시 주석이 상하이 당서기로 부임한 이후 그를 전력 보필하면서 시 주석의 신임을 얻었다.
따라서 이들 상무위원이 시 주석에 맹종한다면 뭐든 이루지 못할 것이 없어 보인다.
이런 가운데 새 정치국 상무위원 선정에서 시진핑 주석이 공산당의 통일·안정과 계파 간 균형과 집단지도체제 틀 유지를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는 평가도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정치적 기반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인 리커창 총리를 유임시켰고, 5년마다 열리는 당 대회 시점에 만 67세면 상무위원이 될 수 있지만, 68세 이상은 은퇴한다는 공산당의 ‘7상8하’ 원칙을 깨지 않고 왕치산(王岐山)을 퇴임시킨 점 등을 놓고서다.
집단지도체제의 틀을 깨는 당 주석직 부활에 대한 예측은 이번 19기 1중전회에서 예측으로 끝났다.
권력서열에 따른 관례가 적용된다면 리잔수는 시진핑, 리커창에 이어 서열 3위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에, 왕양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政協) 주석, 왕후닝은 중앙서기처 서기, 자오러지는 국가기율검사위원회 서기, 한정은 상무 부총리 직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신임 정치국 상무위원들의 업무분장은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확정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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