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간 트럼프는 유세장서 언론에 날선 비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 주 해리스버그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취임 100일을 자축하는 동안 워싱턴에서는 백악관 출입기자들이 연례 만찬을 열었다.36년 만에 처음으로 대통령이 불참하고 백악관 직원들도 모두 빠진 이번 만찬은 예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이날 만찬은 ‘언론 자유’의 가치를 강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기자단 간사인 제프 메이슨 로이터통신 기자는 “우리는 가짜 뉴스가 아니고, 망해가는 뉴스 조직도 아니고, 미국인의 적도 아니다”라고 말해 기립박수를 받았다.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주류 언론을 비판하며 쓴 표현들이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을 낙마시킨 워터게이트 특종을 한 밥 우드워드 당시 WP 기자도 무대에 올라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언론은 가짜 뉴스가 아닙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우드워드는 “(언론을 향한) 분위기가 어떻든, 존경받든 매도되든, 우린 끈기있게 계속해야 하며, 그럴 것으로 믿는다”며 “언론이 안주하면 민주주의는 너무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터게이트 보도를 함께 한 칼 번스타인 기자는 “우리는 판사도, 입법자도 아닌 기자들”이라며 “우리 일은 확보할 수 있는 최상의 진실을 밖에 내놓는 것이다. 특히 지금 같은 때는 더욱 그렇다”고 후배들을 독려했다.
1921년 시작된 백악관 출입기자단의 만찬에 현직 대통령이 불참한 경우는 1972년 닉슨 때와 1981년 로널드 레이건이 총탄 제거 수술을 받았을 때 두 번뿐이다.
나머지 해에는 현직 대통령이 참석해 정치적 농담을 곁들여 연설을 했고, 유명 인사들도 초청됐다. 트럼프 대통령도 과거 수차례 참석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찌감치 불참을 선언한 올해 만찬에는 매년 자리를 빛내던 할리우드 스타들도 많이 참석하지 않았고, 기업 후원도 주춤했다고 WP는 전했다.
이날 무대에 오른 무슬림 코미디언 하산 민하지는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돼 영광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건 아마 ‘대안적 사실’이 될 것”이라며 “아무도 이걸 하고 싶어하지 않아서 이민자 손으로 넘어왔다”고 농담했다.
‘대안적 사실’은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이 사실과 다른 백악관 대변인의 주장을 해명하는 데 썼던 표현이다.
민하지는 “우리나라 지도자는 이 자리에 없다. 모스크바에 살기 때문”이라며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을 풍자한 후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골프 치길 바라야 한다. 딴 데 신경이 팔릴수록 북한과의 전쟁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기자단 만찬이 트럼프 대통령과 대통령의 언론관에 대한 비판 자리가 됐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해리스버그 유세장은 언론 비난의 장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망해가는 뉴욕타임스’, ‘무능력하고 부정직한 CNN과 MSNBC’에 대한 비난을 이어가며 “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건 나나, 여러분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이 아니다. 언론의 역할이 정직하고 진실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라면 언론은 아주 아주 큰 낙제점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워싱턴 오물들로부터 100마일 이상 떨어져 있는 것이 얼마나 신나는지 모른다”며 자신이 미국 심장부에서 ‘더 나은 국민’과 섞여있는 동안 할리우드 스타들과 기자들이 워싱턴 호텔 연회장에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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