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직접 사과않는 日,소녀상엔 초강수…보수파결집 ‘노림수’

위안부 직접 사과않는 日,소녀상엔 초강수…보수파결집 ‘노림수’

입력 2017-01-06 17:30
수정 2017-01-0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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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영토 협상실패 만회 위해 한국 때리기 선택한듯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직접 사과를 극구 회피하면서 우경화 행보를 펼쳐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가 부산의 위안부 소녀상 설치에 기다렸다는 듯이 자국 대사와 부산총영사를 소환하는 초강수를 둬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아베 총리의 잇따른 외교 실패 등으로 실망한 우익 보수층을 결속해 국내 지지기반을 다지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일본 정부가 6일 부산의 일본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설치를 이유로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와 모리모토 야스히로(森本康敬) 부산 총영사를 일시 귀국 조치한 것은 보수층 결집 노림수라는 것이다.

◇ MB 독도방문 후 4년 반만에 대사 소환 ‘강수’

일본이 한국에 항의하며 대사를 자국으로 불러들인 것은 2012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상으로서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한 데 항의해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당시 대사를 소환한 이후 4년 반만이다.

그후에도 일본은 한국과 크고 작은 결정을 겪었으나, 대사 소환이라는 메머드급 조처를 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일본 정부의 이날 조치는 부산의 위안부 소녀상 설치를 한국 대통령의 독도 방문 만큼이나 큰 사안으로 본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행보에는 재작년 말 한일 양국이 위안부 문제에 합의해 일본 측이 군위안부 지원 재단에 10억 엔(약 102억 원)을 송금해 합의 이행은 종결됐으며, 그걸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는 인식이 깔려 있어 보인다.

그런 인식 속에서 한국 정부가 시민단체의 부산 위안부 소녀상 설치를 막지 않은 것은 합의를 어긴 것이라는 판단을 했음직하다.

특히 서울 소재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철거를 지속적으로 압박해온 상황에서, 부산에 또 하나의 위안부 소녀상이 생긴 걸 용납할 수 없다는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당시 한일 정부간 합의는 한국 내 국회 비준 등의 절차를 거친 조약이 아니었고, 한국의 피해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이 양국 합의에 반대하며, 한국 시민단체들은 물론 일반 국민 상당수가 졸속 합의라고 비판해 재협상 요구가 뜨겁다는 점에서 일본 측의 논리는 말 그대로 일방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눈에 띄는 건 일본 정부가 주한 대사와 부산총영사 소환과 더불어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 중단과 고위급 경제협의 연기라는 경제적 압박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점이다. 일본 측의 이런 경제적 압박 카드는 한국 내 대일 감정이 크게 악화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일본 정부의 경제압박은 ‘갑질’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위안부 문제에 한번도 직접 사과 안한 아베…과거사 모르쇠

아베 총리가 한일 합의 이행을 강조하고 있지만, 한국 내에서는 해당 합의 이후 일본 측의 태도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먼저 한일 합의 당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아베 총리의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전한 적은 있지만, 아베 총리는 그동안 한번도 공개석상에서 서한이나 육성을 통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직접 사과하지 않은 데 분노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특히 작년 10월 자국 국회에서는 사죄 서한을 전달할 용의가 있는지에 대해 “털끝만큼도 없다”고 말해 비난을 자초했다.

이미 사과한 만큼 직접 사죄를 하지 않겠다고 고집한 것이다. 기시다 외무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한 사죄에도 최소한의 진정성이 안느껴진다는 비판이 한국 내에서 쏟아졌다.

한국 등 주변국에선 일본 정부가 과거사 문제에 대해 ‘화해’를 강조하면서도, 우경화의 길을 걷고 있는데 주목하고 있다.

특히 지난 11월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해외 파견 자위대에 직접 공격을 받지 않아도 무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출동경호’ 임무를 부여해 주변국의 반발을 샀다. 지난달에는 자위대가 무기를 사용해 미군 등 외국 군대 함선을 방호할 수 있도록 하는 임무를 새로 부여해 군국주의화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아베 총리는 헌법 개정에 대한 의욕도 숨기지 않고 있다. 헌법 9조(일본이 전쟁과 무력행사를 포기하며 육해공군과 여타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를 개정해 전쟁가능한 국가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일본 주요 각료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도 끊이지 않고 있다. 아베 총리가 제국주의 일본이 공습한 미국 진주만을 방문해 ‘화해’를 강조한 다음날인 지난달 29일에는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이 현직 방위상으로는 최초로 A급전범들이 합사해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찾은 데서도 일본의 속내가 훤히 드러난다.

◇ 반성은 안 하고 미국에 소녀상 철거 협조 구하는 일본

일본 정부가 부산 위안부 소녀상 설치 과정에서 한국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한편 미국에 자국 입장을 설명하며 도움을 요청한 점도 눈에 거슬리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아베 총리가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부산의 위안부 소녀상과 관련 “한일 정부간 합의를 역행하는 것은 건설적이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사실상 미국의 개입을 요청한 것이다.

일본 측은 이날 새벽 미국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차관 회담에서도 대북 안보 논의라는 주제 이외에 한국내 위안부 소녀상 설치와 관련해 자국 입장을 설파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 북방영토 협상 실패 만회하려 한국 공격카드 꺼낸듯

일본 안팎에서는 아베 정권이 이처럼 강공에 나선 건 최근 아베총리의 잇단 외교 실패와 지지율 하락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베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깜짝 회담을 성사했지만 기대와 달리 트럼프 당선인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의 반환에 진전은 없이 러시아에 경제적 지원 보따리만 안겼다는 비난이 일자 부산의 위안부 소녀상 설치를 빌미로 한국 공격에 나선 것이라는 얘기다.

최근 외교적 실패와 더불어 무리하게 추진한 카지노해금법, 연금개혁 후폭풍으로 고공행진하던 아베 총리의 지지율이 다소 주춤하면서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 헌법 개정에 이르는 장기집권 시나리오에도 적신호가 켜진 것이 아베 총리의 한국 공격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부산의 소녀상 설치 문제를 부풀려 대사 소환이라는 초강수로 민감한 과거사 문제를 건드려 지지율을 끌어올리려 한다는 것이다.

한국 내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헌법재판소 심리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차후 야권이 집권하게 되면 재작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변경을 가하려 한다고 판단하고, 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주한 대사 소환과 통화 스와프 논의 중단이라는 강수를 선택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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