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제 손질은 ‘아베의 개헌 시금석’ 시각도”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지난 8일 생전 퇴위 의사를 밝힌 영상메시지를 발표하기 전에 총리 관저와 문구를 조율했다고 아사히신문이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9일 전했다.신문에 따르면 한 관저 관계자는 이달 초 상사로부터 “일왕의 의향이 강해서 제지할 수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면서 일왕 담당 기관인 궁내청이 제시한 일왕 메시지 원안에는 생전퇴위에 대해 실제 발표된 내용보다 더욱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지만 관저와 조율 과정에서 표현이 순화됐다고 전했다.
궁내청과 관저는 일왕의 영상 메시지 발표 1주일 전부터 조정에 들어가 3~4회 가량 문안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가장 우려했던 것은 일왕의 메시지가 헌법에 금지한 ‘정치활동’으로 비치면 안 된다는 점이었다.
아키히토 일왕이 생전퇴위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집권당 핵심부에 처음 전달한 것은 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 정권(2011년 9월~2012년 1월)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당시 일왕의 공무 부담 경감 문제가 논의됐다. 당시 전문가들에 대한 의견수렴 과정에서 ‘여성 미야케(宮家·여성 중심의 왕실 일가를 만들어 왕족 여성이 분가한 후에도 왕족 신분을 유지하게 하는 것)’ 창설 문제도 거론됐었다.
그러나 2012년말 실시된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승리하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재출범하면서 이 문제는 흐지부지됐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키히토 일왕이 이 시점에서 이 문제를 재차 꺼내 든 배경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된다.
조치(上智)대 오토 요시히로(音好宏) 교수는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생전퇴위 첫 보도가 7월 참의원 선거 전에 나오고, 영상메시지 발표가 현 시점에서 이뤄진 점이 의문”이라며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세력이 3분의 2 의석을 장악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정권측은 헌법개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일왕제 손질문제를 개헌논의의 시금석으로 하려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며 “왕실과 궁내청에서 생전퇴위를 둘러싸고 실제 어떤 논의가 있었고, 정권에 어떻게 전달했는지를 언론이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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