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강화 후 북한 주민들 “이게 다 미국 탓”

대북제재 강화 후 북한 주민들 “이게 다 미국 탓”

입력 2016-02-15 17:07
수정 2016-02-1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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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 평양발 르포…“수소폭탄 자랑스럽다”

북한의 핵실험과 로켓 발사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 이후 미국 등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반감이 그 어느 때보다도 커졌다고 AP통신의 평양 주재 기자가 15일 르포 기사에서 소개했다.

에릭 탈매지 평양지국장은 이날 “(핵실험 등 이후) 북한을 둘러싸고 주변국들 사이에서 ‘폭풍’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도 북한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해석을 하고 있었다”며 “확실히 미안한 기색은 전혀 아니었다”고 표현했다.

북한 주민들에게 지금 상황에 대해 질문을 던지면 “이게 다 미국의 잘못”이라는 잘 연습된 듯한 분노한 대답이 재빨리 돌아온다고 AP통신은 전했다.

14일 김일성광장 인근에서 만난 아동수용소 직원 박미향(22·여) 씨는 기자에게 “미국이 우리에게 핵무기를 보유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미국은 많이 갖고 있으면서도 우리에겐 못 가지게 한다. 공평하지 않다”고 비난했다.

박씨는 “오랫동안 제재 하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전혀 두렵지 않다”며 “우리는 미국 사람들에 대해 증오심이 크다”고 ‘공손하게’ 말했다.

AP통신은 북한 당국자까지 동행한 미국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주민들이 솔직하게 말하길 기대하긴 매우 어려우며,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알아채기도 쉽지 않지만, 반미 감정이 뿌리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북한 정권의 거침없는 선동 탓도 있지만 수백만 명의 인명피해를 낳고 국토를 폐허로 만든 전쟁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북한 정권은 미국과 남한 탓에 전쟁이 시작됐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에 전쟁의 기억이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미국은 말 그대로 ‘적’이라고 AP는 설명했다.

이러한 반미 감정을 반영하듯 광산 관련 정부부처에서 일하는 김초용(49) 씨는 “수소폭탄이 자랑스럽다”며 “우리가 수소폭탄을 만드는 데 크게 진전을 이뤘기 때문에 적으로부터의 어떤 공격도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은 핵실험과 로켓 발사 소식을 반복적으로 전하고 기니나 방글라데시, ‘헝가리 노동당’ 등에서 온 축하 메시지들을 연일 소개하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북한의 붕괴를 원하는 미국에 맞서 싸울 권리가 있으며, 동시에 미국이 적대 정책을 포기하면 북한도 평화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주민들에게 강조해 전달하고 있다.

박미향 씨는 “우리나라는 평화를 원한다. 미국도 평화를 원한다면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며 “난 조선의 인민인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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