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한일장관회담 일부러 미리 흘렸나…‘아베 의지’ 프레임 짜기

日, 한일장관회담 일부러 미리 흘렸나…‘아베 의지’ 프레임 짜기

입력 2015-12-25 17:09
수정 2015-12-2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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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협의 마무리 안 됐는데 돌연 보도…‘아베 총리 지시’ 부각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법을 논하기 위한 한국과 일본의 외교장관 회담 개최가 양국 사이에 완전히 조율되기 전에 일본 측에서 먼저 공개된 배경이 주목된다.

통상 외교장관 회담을 하는 경우 양측이 일정과 의제 등을 협의하고 나서 거의 동시에 발표하는 것이 관례인데 이번 회담은 이런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에 일본 언론을 통해 추진 사실이 알려졌다.

간혹 일부 언론사가 외교장관 회담이 추진되는 사실을 먼저 포착하는 경우 ‘외교장관 회담을 열기 위해 양국 정부가 조율 중’이라는 취지로 앞서 보도를 하기도 한다.

24일 일본 언론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목표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에게 한국 방문을 지시했다’는 내용으로 한일 외교장관 회담 추진 사실을 보도했다.

양국 정부의 협의에 따라 열리는 외교장관 회담임에도 아베 총리의 의지를 강조하는 극히 이례적인 시각에서 보도한 것이다.

당시 상황을 돌이켜보면 여기에는 일본 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언론이 공개한 아베총리의 하루 일과와 대조해보면 아베 총리는 24일 오후 4시57분부터 5시47분까지 기시다 외무상을 총리관저에서 면담하며 이런 방한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이 끝난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NHK가 오후 5시51분 ‘방한 지시’를 보도했다.

이후 다른 일본 언론도 비슷한 내용을 유사한 시각에서 줄줄이 보도했고 이는 한국 언론에도 인용됐다.

결과적으로 아베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식의 프레임이 형성됐다.

적극적인 취재의 결과인지 의도적인 흘리기인지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일본 정부로서도 나쁠 것이 없는 상황이 펼쳐진 셈이다.

일본 정부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자국이 일본군 위안부 등 역사 문제의 해결을 위해 성의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부각한 것이다.

이는 구체적인 해결책을 놓고 양국이 줄다리기하는 상황 등을 고려해 한국 정부에 부담을 안기려는 포석으로도 볼 수 있다.

한국 정부 내에서는 구체적인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외교장관 회담 구상이 일본 언론을 통해 먼저 흘러나온 것에 당혹스럽다는 반응과 상대를 배려하지 않은 ‘언론 플레이’이므로 강력하게 항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 정부 측은 보도 직후 일본 외무성에 이에 관한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중요성 등을 고려해 외교장관 회담을 예정대로 추진하는 등 정공법을 택하겠다는 방침이다.

윤병세 한국 외교부 장관은 28일 서울에서 예정된 회담에서 피해자가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기시다 외무상과 담판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교장관 회담을 하는 것에 관해 “그간 협의를 해온 일이다. 대단히 좋은 일이며 피할 이유가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만약 일본 정부 측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구도를 조성하려고 고의적으로 정보를 흘렸다면 이는 신사적이지 못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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