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대외 악재 끝이 없다’山 넘어 山’

한국경제 대외 악재 끝이 없다’山 넘어 山’

입력 2015-05-31 11:19
수정 2015-05-31 11:19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외 환경이 심각하다.

곳곳에서 일어나는 대외 악재로 한국 경제의 앞날은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주는 미국과 중국의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올해 안으로 예고된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은 적지 않은 부담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엔화 가치의 하락, 유럽의 균열 등도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요인이다.

◇ 미국 연내 기준금리 인상

31일 세계 금융시장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올해 안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기로 했다.

올해 들어 미국 경제가 흔들리면서 금리 인상 시점이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최근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교통정리’를 했다.

옐런 의장은 올해 안 어느 시점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금리 인상 지연설’은 힘을 잃었다.

시장에서는 오는 9월에 기준금리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높인다.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에서 자금 유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의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 재발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있다.

2013년 5월 당시의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출구 전략 로드맵’을 처음 언급했을 때 신흥국 채권이 10% 가량 주저앉았고 인도, 터키 등의 신흥국 통화 가치도 일제히 폭락했다.

블랙록의 아메르 비삿 펀드 매니저는 “미국 연준이 금리를 올릴 때마다 신흥시장에 심각한 압박이 가해졌다”며 “신흥시장의 대응력이 (이전보다) 나아졌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은) 여전히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도 미국발(發) 긴축의 충격을 피할 수 없다.

지난해 말 국제통화기금(IMF)은 아시아국가 중 한국이 미국 통화정책 급변에 따른 충격을 가장 크게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물론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문제도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

금융연구원 임 진 박사는 “미국 금리 인상으로 한국 금리도 상승해 가계 대출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 G2 경제 부진…수출 중심 한국도 ‘흔들’

한국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주요 2개국(G2) 미국과 중국 경기가 심상찮다.

올해 들어 미국 경제는 부진했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떨어진데다 2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

지난해 세계 경기 둔화 속 ‘나홀로 성장’을 이어간 미국 경제가 예상 밖으로 삐걱거리자 세계 경제에 대한 불안감은 더 커졌다.

중국 경제도 흔들리고 있다.

중국의 1분기 GDP 증가율은 7.0%로 2009년 1분기(6.6%)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았다.

2분기에도 경기 부진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고정자산투자 모두 1분기와 비교해 증가세가 둔화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세계 경제 성장세가 좋지 못한 가운데 특히 중국 경기 둔화가 문제”라며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 비중이 큰 데, 중국 경제지표가 부정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역시 수출 부진과 내수 침체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아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과 중국의 경기 부진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G2의 부진에 더해 중국의 산업구조 변화도 한국 경제 성장에는 걸림돌이다.

중국이 가공무역을 줄이고 스스로 만들어 수출하는 비중을 늘리면서 한국의 수출도 타격을 받았다.

국제금융센터 김경빈 연구원은 “중국이 중간재를 한국에서 많이 수입했는데, 내수중심으로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한국 수출이 줄었다”며 “샤오미나 알리바바 등의 기업이 부상해 한국 기업들과 경쟁을 하는 점도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 끝나지 않는 환율 전쟁…엔저 심화에 한국 수출 타격

미국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일본 등 세계 경제대국의 주도로 펼쳐지는 환율 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금까지 성적을 보면 환율 전쟁에서의 승자는 양적 완화를 무기로 내세운 유로존과 일본으로 꼽힌다.

유로존의 채권 매입을 통한 양적 완화는 유로화 약세를 이끌었다. 이는 수출 경기 개선으로 유로존 국가들의 경기 회복에 밑거름이 됐다.

일본은 엔화 약세의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달러화 대비 엔화가치는 2013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출범 이후 지금까지 30% 가까이 떨어졌다.

엔저 덕분에 일본의 연간 수출은 아베 집권 전인 2012년 63조7천476억 엔(약 570조원)에서 2014년 73조930억 엔(약 660조원)으로 2년간 14.7% 급증했다.

통화 약세에 따른 유로존과 일본의 수출 호조는 경기 회복으로 이어졌다.

한국은 원화가 상대적 강세를 지속하면서 수출에 제동이 걸렸다. 올해 들어 한국의 월간 수출액은 4개월 연속 감소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화폐 가치의 빠른 약세를 바탕으로 일본과 유럽국가들이 한국과의 경쟁 강도를 높여가는 모습”이라며 “일본과 유럽 경제가 최근 회복하고 있지만 이들 지역에 대한 한국의 수출은 두자릿수의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동차·철강 등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국내 산업이 엔저로 가격경쟁력을 높인 일본 기업에 밀리는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엔저가 이른 시일 내에 사그라질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한국 수출도 가시밭길 행보가 이어질 전망이다.

◇ 그렉시트·브렉시트 유럽 균열…남유럽 좌파 꿈틀

유럽 대륙에서는 통합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균열의 발단은 경제 파탄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그리스였다.

그리스는 국제 채권단과 구제금융 분할금 지원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협상 결렬 시 디폴트(채무불이행)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는 더욱 커진다.

영국에서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가능성이 있다. 최근 치러진 영국 총선에서 보수당이 예상 외의 압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영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EU 협약을 고친 뒤 2017년 이전까지 EU 잔류 여부를 국민투표로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남부 유럽에는 좌파가 꿈틀대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휘청거린 남유럽 국가들의 경제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자 긴축정책과 높은 실업률에 지친 국민이 ‘긴축 반대’를 내세운 좌파에 표를 던지고 있다.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정권을 잡은 그리스에 이어 최근 치러진 스페인 지방선거에서는 좌파정당 ‘포데모스’(Podemos·우리는 할 수 있다) 등이 참여한 좌파 연합이 주요 도시 의회를 장악했다.

올해 9~10월 총선이 예정된 포르투갈에서는 긴축 반대, 세금 감면 등을 외치는 사회당의 집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U나 유로존에서 회원국들의 탈퇴가 이어지면 유럽 실물경제가 악영향을 받고 유로화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유럽발 악재로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리면서 한국의 주식·채권·외환시장도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 신흥국 외환위기 가능성도…한국 간접 영향권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신흥국의 외환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와 외채 문제가 있는 신흥국들은 여전히 미국의 긴축 정책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금리 인상으로 세계 금융시장의 유동성이 줄어들면 신흥국들은 외화 유동성 경색 문제에 시달릴 수 있다.

컨설팅업체 PwC는 터키와 페루, 콜롬비아, 남아공을 달러화 상승에 가장 취약한 국가로 분류했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 달러화 절상 수순을 밟게 된다.

신흥국이 금융 위기를 겪고 유사시를 대비하기는 했지만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이뤄지는 연준 금리 인상의 충격을 떨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코메르츠방크의 신흥시장 담당 사이먼 퀴자노-에번스 애널리스트는 “신흥국들이 (충분히)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했을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미국이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울 만큼 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것이지만 심리적인 불안요인은 있을 것”이라며 “베네수엘라, 우크라이나 등 재정이 나쁜 나라에서는 외환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와 외환보유액 및 총외채 대비 단기외채 비중 감소 덕분에 직접적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흥국 불안에 따른 수출 감소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한국도 악재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