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고문실태 일파만파…국내외 갈등·테러위협 고조

CIA 고문실태 일파만파…국내외 갈등·테러위협 고조

입력 2014-12-10 00:00
수정 2014-12-10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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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과 대립 심화…미 인권외교도 곤혹스러운 처지에베트남전 포로 출신 매케인은 찬성…”진실의 약은 삼키기 힘든 법”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가 9일(현지시간) 과감하게 공개한 미 중앙정보국(CIA)의 테러 용의자 고문 실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CIA의 고문 내용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잔혹해 관련 테러 단체나 극렬주의자들이 미국의 국외 시설이나 기지에 대해 보복공격을 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미 정부가 경계태세를 강화하는 등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여기에다 CIA 고문이 자행됐던 시기에 집권당이었던 공화당이 CIA의 고문은 테러범을 잡기 위한 불가피한 수단이었다며 반발하면서 여야 간 갈등도 고조되는 형국이다.

다이앤 파인스타인(민주·캘리포니아) 상원 정보위원장이 공개한 ‘CIA 고문 보고서’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유럽과 아시아의 비밀시설에 수감된 알카에다 대원들에게 자행된 CIA의 고문 실태를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

이미 잘 알려진 물고문은 물론 성고문 위협, 잠 안재우기 등 각종 야만적이고 잔인한 방법이 나열돼 있다. 쇠사슬에 묶인 한 구금자는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서 저체온으로 사망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미 정부가 보고서 공개에 앞서 외국 대사관이나 군 기지 등에 대한 경계태세를 전방위로 강화한 것도 이런 잔혹함 때문이다. 고문 실상에 자극받은 테러 단체들의 대미(對美) 공격을 우려한 것이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CIA 고문 보고서 공개로 전 세계의 미국 시설과 미국인들에 대한 위협이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고, 마이크 로저스(공화·미시간) 미 하원 정보위원장은 이날 “CIA 고문 보고서가 결과적으로 적들을 자극해 우리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의 목숨을 위험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으로선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진행 중인 이슬람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에 정신이 없는 와중에 예상치 못한 또 다른 테러 위협에 맞닥뜨린 형국이다.

이번 보고서 공개로 오바마 행정부 및 민주당과,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 간의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에서 “미국이 9·11 테러 이후 어려운 시기에 많은 올바른 일들을 했지만, 일부 행동(CIA 고문)은 우리의 가치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대(對)테러 대책 노력과 우리의 국가안보 이익에도 부합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조지 W. 부시 공화당 정부 때 이뤄진 ‘치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파인스타인 정보위원장 역시 “10년 전에 있었던 CIA의 고문이 우리의 역사와 가치에 오점을 남겼다”고 비판했다.

공화당과 부시 행정부 당시 각료들, CIA 전직 수장들은 “고문은 테러범을 잡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상원 정보위 소속 댄 코트(공화·인디애나) 상원의원은 CIA 고문보고서에 대해 “지난 10여 년의 대테러 노력에 대한 비건설적이고 당파적인 해석의 결과물”이라고 일갈했다.

또 존 코닌(공화·텍사스) 상원의원은 “여러 측면에서 문제가 많은 보고서”라면서 “CIA 심문기법이 (테러를 예방함으로써) 많은 미국인을 구했다.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용감한 CIA 요원들을 비난하기에 앞서 우리를 보호해 주는 그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공화당 중진이자 베트남 전쟁 때 5년간 전쟁 포로 생활을 한 존 매케인 (애리조나) 상원의원은 성명에서 “국민은 어떤 일이 자행됐는지 알 권리가 있다. 진실의 약은 때로 삼키기 힘든 법”이라며 보고서 공개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는 “CIA의 고문이 국가의 명예에 오점을 남겼다”면서 “실질적 효과는 별로 없으면서 해만 많이 끼쳤다”고 덧붙였다.

부시 전 대통령은 앞서 7일 CNN 인터뷰에서 “CIA 직원들은 애국자들”이라며 CIA를 옹호했고, 딕 체니 전 부통령도 10년 전 이뤄진 CAI의 잔혹한 행위에 대해 “완전히 전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CIA는 상원 정보위 보고서에 맞서 자신들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내용을 담은 별도 보고서 공개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IA 고문보고서를 둘러싼 양측 간 갈등이 심화될 경우 이민개혁 행정명령, 키스톤XL 송유관 건설법안,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등 안 그래도 충돌지점이 많은 미 정치권은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안갯속 정국으로 빨려들 공산이 크다.

이런 가운데 CIA 고문 실태 공개로 미국의 인권외교도 더욱 곤혹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흑인 사망 사건의 직접적 당사자인 백인 경관에 대한 주 정부 대배심의 잇따른 불기소 결정으로 흑백갈등이 심해지면서 미국의 인권이 이미 한 차례 도마 위에 오른 상황에서 이번 보고서가 공개됐기 때문이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최우선의 가치로 내세우는 미국으로선 체면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셈이다.

당장 벤 에머슨 유엔 대테러·인권 특별보고관은 성명에서 과거 부시 행정부의 고위층이 지휘한 정책에 따라 조직적 범죄가 자행되고 국제 인권법에 대한 엄청난 침해가 발생한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미국은 국제법에 따라 고문에 책임 있는 CIA 및 정부 관리들을 기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기에 더해 그동안 미국의 인권개선 압박에 강력히 반발해 온 중국과 북한이 CIA 고문 보고서를 바탕으로 대대적인 역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 정가 관계자는 “CIA 고문 보고서가 국내외의 여러 갈래에서 큰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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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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