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설로 다 옮기기 힘든 미국 CIA 고문실태

필설로 다 옮기기 힘든 미국 CIA 고문실태

입력 2014-12-10 00:00
수정 2014-12-10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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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문 ‘워터보딩’, 강제 물주입 등…여러 가혹행위 뒤섞어 사용쇠사슬에 묶인 채 저체온증으로 숨지기도

9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이 공개한 중앙정보국(CIA)의 테러용의자 고문실태 보고서에는 ‘선진 심문(enhanced interrogation)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된 각종 고문 행위가 적시됐다.

CIA 불법 고문의 대표격인 물고문의 일종 ‘워터보딩’이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다양하게 변형돼 사용됐으며, 다양한 가혹행위 방법을 조합해 단순히 죽음의 공포를 주는 수준을 넘어서 정신 자체를 파괴하기도 한 잔혹상이 이 보고서에 그대로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워터보딩’, 즉 대상자를 움직이지 못하게 눕힌 다음 얼굴에 물을 붓는 행위는 대상자에게 더 고통을 주도록 다양하게 변형됐다.

고문 대상자가 얼굴로 떨어지는 물을 피하지 못하도록 고문 행위자가 대상자의 얼굴이나 턱을 압박한 것은 물론, 행위자가 손으로 대상자의 턱 주변에서 물이 흘러내리지 못하도록 막음으로써 대상자의 입과 코가 실제로 물에 잠기는 상태로 만들기도 했다.

CIA 자체 기준에서 최대 지속 시간으로 설정한 20분을 훌쩍 넘긴 30분 이상 계속해서 ‘워터보딩’을 가한 것은 물론, 특정한 대상자에게 적어도 183번의 ‘워터보딩’을 가한 경우도 있었다.

다른 비밀 수감 시설로 옮기겠다고 알리고서, 옮겨지면 더 가혹한 ‘워터보딩’을 당할 것이라는 협박 또한 빠지지 않았다.

고문 대상자의 신체에 강제로 물을 주입하는 행위도 이뤄졌다.

주로 대상자의 직장(直腸)으로 물을 주입했으며, 이 행위에 대해 CIA 관계자들은 대상자에게 상당한 고통을 주는 효과적인 심문 방법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대상자의 정신적 고통을 극대화하기 위한 ‘감각 이탈’이라는 기법도 있었다.

머리카락과 턱수염을 포함해 고문 대상자의 모든 체모를 깎아내고 나서, 옷을 모두 벗기고 불편할 정도로 낮은 온도의 흰 방에 집어넣은 다음, 매우 밝은 조명을 방 안에 켜고 매우 큰 소리의 음악을 계속 듣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구타는 물론 손을 머리 위로 묶은 다음 매달기, 잠 안 재우기, 좁은 공간에 강제로 집어넣기 같은 가혹행위들도 행해졌는데 이런 행위들이 개별적으로 이뤄졌다기보다는 지속적으로 혼합해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대상자의 눈을 가린 채 총구를 대상자의 머리에 댄 뒤 대상자의 몸 가까운 곳에서 전동 드릴을 작동시키는 행위, 빗자루 손잡이를 성고문 도구로 쓰겠다고 협박한 행위도 여기에 포함됐다.

이를 통해 고문 행위자는 대상자가 7일 이상 잠들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가 있었고, 한 대상자에게 길게는 17일 연속으로 고문이 이뤄지기도 했다.

고문 도중 숨진 사람도 물론 있었다.

2002년 11월 한 외국 비밀수감시설에서는 벽에 고정된 쇠사슬로 묶은 한 대상자를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눕게 한 뒤 ‘비협조적’이라고 판단될 때마다 대상자의 옷을 벗기는 방법을 사용했으나, 고문 둘째 날 이 대상자는 저체온증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CIA가 이런 고문 행위를 상부 감독기관의 승인 없이 ‘자의적’으로 사용한 점과, 대상자가 이미 충분히 협조를 했는데도 추가로 고문이 이뤄졌다는 내용 역시 보고서에 담겼다.

미 상원 보고서는 CIA의 고문 행위가 “정책 결정자들에게 보고된 내용보다 훨씬 더 잔혹하고 야만적”이었다며 “구금과 심문 과정에 대해 법무부에 반복적으로 정확하지 않은 내용을 전달한 것은 물론, 의회뿐 아니라 백악관의 감독 활동을 사실상 방해했다”고 비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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