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의 에볼라 격리구역에 식료품 등 구호물품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주민들이 격리지침을 위반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시에라리온 정부는 에볼라 확산을 막기 위해 많은 곳을 격리구역으로 지정, 주민이 집안에만 머물도록 하는 등 이동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대신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도움을 받아 식료품과 기타 다른 생필품 등이 격리구역 안의 주민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정부가 이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자선단체들의 연합체인 ‘재난구호위원회’는 3일 발표한 성명에서 “격리구역에서 사람들의 이동을 제한하다 보니 식료품을 실은 차량마저도 자유롭게 다니지 못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품귀현상으로 식료품 가격이 치솟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구호단체인 ‘크리스천 에이드 시에라리온’의 진 카마라 대표도 “식료품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 주민들이 음식을 사려고 격리구역을 이탈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시에라리온의 에볼라 확산속도가 워낙 빨라 격리구역 물품지원 등의 대책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에라리온에서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처음 발병한 동부지역을 넘어 최근에는 서부와 북부로 급속히 확산하는 등 사태가 갈수록 악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카마라 대표는 “감염자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실정”이라며 “이에 대응해 구호 계획을 짜고 조정하기에는 감염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시에라리온의 열악한 도로사정도 구호품 전달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세네갈 다카르에 있는 WFP 관계자는 “구호품을 실은 트럭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물품을 나눠줘야 하는데 도로사정이 나빠 원거리에 있는 주민들에게까지 일일이 지원품을 전달하는 게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격리구역에 있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현지 지역과 깊은 관계를 맺은 소규모 단체들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열악한 사정 속에서도 WFP는 10월 한 달간 시에라리온에서 격리구역 주민을 포함해 총 45만여 명에게 식료품을 전달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