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리본’-’파란 리본’ 충돌 속 대정부 불신 높아져
중국의 2017년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안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가 4일로 1주일째를 맞으며 ‘평화 시위’ 분위기가 깨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이 발생하고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대화가 무산 위기에 처한 가운데 폭력 사태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부터 줄곧 평화적인 분위기가 이어지던 홍콩 시위 현장은 지난 2일 중국 관영 매체가 시위대에 비난의 포문을 열고 친(親)중국 성향의 ‘파란 리본’을 단 세력이 등장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중국 관영 매체는 홍콩 시위를 ‘일부 사람들이 진정한 보통선거 쟁취를 명목으로 홍콩을 어지럽히고 불법 집회를 선동하고 격렬한 거리시위의 방식으로 중앙정부를 물러나라고 협박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홍콩의 ‘센트럴 점령’ 시위로 국경절 연휴 특수를 기대하던 홍콩 경제에 타격을 주고 시민들에게 불편을 줌으로써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끼치고 있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홍콩 내 친중 단체들도 ‘인터넷 대연맹’을 결성하고서 시위대의 ‘노란 리본’ 운동에 맞서 ‘파란 리본’ 캠페인을 시작하는 등 시위에 반대하는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홍콩의 북부지역인 몽콕(旺角) 등에서는 시위대와 친중세력 간 충돌로 여러 명이 부상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고급 쇼핑센터가 밀집한 코즈웨이베이(銅라<金+羅>灣)에도 얼굴에 마스크를 끼고 검은 티셔츠를 입은 청년 수십 명이 나타나 시위대의 바리케이드를 철거하는 등 격한 행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렁춘잉(梁振英) 홍콩 행정장관(행정수반)은 3일 저녁 현지 TV방송에 긴급 출연해 “시위 현장에 교복을 입은 학생을 비롯, 많은 청소년들이 나와 있다”며 “이들을 포함한 시민이 충돌 과정에서 다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평화’를 호소했다.
하지만, 시위대 측은 “정부와 경찰이 삼합회(三合會·중국계 국제범죄조직)로 의심되는 단체와 친중 성향 단체가 평화적인 시위대를 공격한 것을 눈감았다”며 렁 장관을 폭력사태의 배후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홍콩 경찰은 폭력 사태가 발생한 시위 현장에서 삼합회 소속으로 추정되는 8명 등 19명을 체포했다고 밝혔지만 홍콩 정부와의 연관성은 미지수로 남아있다.
상황이 이처럼 악화하자 시위대가 대화를 거부하면서 물꼬가 트이는듯 했던 홍콩 정부와의 대화도 성사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여기에 홍콩 정부에 확고한 지지를 보내면서 한발 떨어져 추이를 지켜보던 중국 정부의 개입설까지 불거지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博迅)은 3일 자매 월간지 보쉰 최신호를 인용해 중국은 홍콩의 ‘센트럴 점령’ 시위에 반대하는 대책을 마련하려고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 주도로 여러 계통의 요원 5천명 가량을 홍콩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이 시위 발생에 앞서 이들을 비밀리에 파견해 시위 확산 방지와 본토 중국인들의 참가를 저지하는 임무를 맡겼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친중국 성향 시위대인 ‘파란 리본 부대’의 행렬에 홍콩에 인접한 광둥(廣東)성 당국에서 파견된 사복 경찰들이 끼어 있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진위가 가려지지는 않았지만 중국 정부의 사전 개입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는 홍콩 시위가 ‘제2의 톈안먼(天案門)사건’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국 정부의 개입이 ‘민주화 운동’에 대한 탄압으로 비춰지게 되면 홍콩 시위를 ‘민주화를 위한 용기’로 규정하고 지지를 표명하던 서방국들의 비난 공세가 거세지면서 시위 양상도 한층 격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人民日報)는 이날 홍콩 시위를 ‘색깔 혁명’(정권 교체 혁명)으로 규정했으며 홍콩 시위대는 홍콩 정부와 중국 정부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워가고 있다.
홍콩의 국경절 연휴인 지난 1~2일 절정을 이뤘다가 3일 다소 줄었던 시위대 규모도 주말과 휴일을 거치며 늘어날 것으로 보여 홍콩 시위가 다시 한번 중대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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