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수’ 푸틴…우크라 반군에 “포위된 정부군 풀어주라”

‘고단수’ 푸틴…우크라 반군에 “포위된 정부군 풀어주라”

입력 2014-08-29 00:00
수정 2014-08-2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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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문 발표로 러시아군 우크라 침공 비판에 교묘히 대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주장하는 우크라이나 정부와 서방의 비판을 교묘히 피해 오히려 위기에 처한 우크라이나 정부군을 구하는 ‘구원자’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고단수’ 면모를 보였다.

크렘린 공보실은 29일 새벽(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분리주의 반군들에게 포위된 정부군을 위한 인도주의 통로를 열어주라고 촉구하는 호소문을 게재했다.

푸틴 대통령은 호소문에서 “의용대(우크라이나 반군)가 정부의 무력 작전을 저지하는 데 상당한 성공을 거둔 것이 분명하다”며 “의용대의 활동으로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명령을 이행해온 상당수의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포위망에 갇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포위된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위한 인도주의 통로를 열어 줄 것을 의용대에 호소한다. 이는 무의미한 희생을 피하고 그들(정부군 병사들)이 전장을 벗어나 어머니, 아내,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 가족과 재회하고, 부상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를 향해선 “즉각 전투행위를 중단하고 포격을 멈춘 뒤 돈바스(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대표들과 협상 테이블에 앉아 쌓여온 문제들을 오로지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러시아는 인도적 재난으로 고통받는 돈바스 주민들에게 인도주의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고 그렇게 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푸틴 호소문은 페트로 포로셴코 대통령이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명백한 사실로 규정하고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한 데 대한 대응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전날 러시아군 침공으로 동부 도네츠크주 상황이 급속히 악화됐다며 터키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국가안보국방위원회 비상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하는 한편 유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유럽연합(EU) 등에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앞서 우크라이나는 최근 정부군의 공세로 붕괴 위기에 몰렸던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의 분리주의 반군이 대규모 반격에 나서고 남부 도시 노보아조프스크에 대한 공격도 시작했다며 이는 러시아가 대규모 병력과 무기를 우크라이나로 진입시켜 반군을 지원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푸틴은 호소문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포로셴코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한마디의 언급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제3자적 입장에서 위기에 처한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살려 주라는 ‘선의의 훈수’를 두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를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직접 개입하고 있다는 우크라이나 정부와 서방의 비판을 에둘러 반박하면서 동시에 평화 정착과 인도주의 지원을 위해 애쓰는 중재자의 모습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노렸다.

동부 지역 반군은 즉각 푸틴 대통령의 제안을 수용한다고 화답하고 나서 크렘린의 기대 효과를 극대화했다.

도네츠크주 분리주의 반군이 자체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총리 알렉산드르 자하르첸코는 “우리를 정신적으로 지원하는 푸틴 대통령을 존중해 포위된 우크라이나 부대들에 인도주의 통로를 제공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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