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릴 수 없다” 서방-러시아 벼랑끝 기싸움 돌입>

<”밀릴 수 없다” 서방-러시아 벼랑끝 기싸움 돌입>

입력 2014-08-08 00:00
수정 2014-08-08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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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고강도 보복조치…서방, 긴장속 제재전선 유지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촉발된 서방과 러시아의 대립이 ‘벼랑끝 기싸움’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전방위적 제재 압박에 러시아가 마침내 고강도 보복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이에 서방은 다소 긴장된 표정 속에서도 제재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태세여서 ‘강(强) 대 강(强)’의 충돌이 불가피해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가 이날 발표한 식품수입 금지 조치는 정교하게 계산된 ‘승부수’로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여한 러시아 개인과 법인을 겨냥한 서방의 ‘조준제재’에 맞서 미국과 EU의 실물경제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보복카드를 기획했다는 분석이다.

미국산 소고기와 닭고기, 유럽산 유제품과 과일·채소 등의 대(對) 러시아 수출길을 차단해 확실한 응징효과를 주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번 조치에 따라 EU가 입게 될 손실은 120억 유로(약 16조 6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러시아가 EU 식품 수출의 11%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육류 수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이번 보복조치가 서방의 제재전선을 무너뜨릴 정도의 파괴력을 가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 EU는 이번 조치를 ‘예고된 수순’으로 보면서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다. 다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데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여기에는 러시아의 이번 조치가 결과적으로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상황인식에 근거하고 있다. 오히려 러시아 내 농산물 및 식료품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제품 가격이 상승하는 등의 혼란이 발생하는 반사적 피해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러시아 내의 민심이 크게 흔들리고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이 심화되면서 푸틴 정권에 커다란 정치적 부담으로 다가설 것이라는 게 워싱턴의 상황인식이다.

미국 재무부의 데이비드 코언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7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 국민이 식료품을 얻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그러나 미국 경제에는 중요하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로라 루카스 매그너슨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번 조치는 국제 사회에서 러시아의 고립을 심화하고 러시아 경제에 더 큰 해를 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는 상황을 봐가며 추가 제재카드를 꺼내 들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갈수록 상황이 러시아에 불리하게 돌아갈 것이라는 미국 정부당국자들의 인식”이라며 “미국 정부가 절대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기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흐름으로 볼 때 제재와 보복조치로 이어지는 양측의 대결구도는 더욱 격한 형태로 ‘확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양측 모두 제재 범위를 넓히고 강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상대의 굴복과 양보를 이끌어내려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 중단과 전면적인 수입 중단과 같은 극단적 조치를 취하고, 미국이 자국내 러시아 기업의 활동과 일반 상거래 및 기술이전을 중단하고 나설 경우 전세계 경제는 큰 혼란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더이상의 파국을 피해야 한다는 인식 속에서 양측이 막후채널을 활용해 외교적 타협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외교소식통은 “현재 양쪽이 서로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출구 없는 대치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사태가 길어질수록 세계 경제에 커다란 주름을 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외교적 공간이 열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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