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2박3일 국빈방일 결산…”회담 청구서 결제 안된 채 일본 측에” 지적도
”’받을 것’은 받았지만 ‘줄 것’은 상대편 장부에 달아놓은 상태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2박3일(23∼25일) 일본 국빈방문을 일본 측 시각에서 보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계기로 작년 12월 말 자신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로 생긴 미일관계의 틈을 메우고, 미일동맹의 견고함을 과시함으로써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를 놓고 갈등을 빚는 중국을 견제하려 했다.
특히 아베 총리는 그간 오바마 대통령과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세간의 지적을 의식한 듯 도쿄 시내의 작은 초밥집에서 어깨를 맞댄 채 ‘스시 만찬’을 함으로써 미일 정상간 사적인 친밀감을 쌓으려 시도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이라는 국익을 위해 철저히 실무적인 자세로 일관하는 등 아베 총리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았다는 게 일본 언론의 대체적 평가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 하루 뒤인 25일 나온 공동성명과 24일 공동 기자회견 발언을 통해 중일 영유권 갈등지역인 센카쿠 열도에 대한 미국의 방어 공약을 확인함으로써 아베 총리가 가장 원하던 안보 분야에서 ‘선물’을 줬다. 공동성명을 통해 아베 총리의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 방침을 지지한 점도 아베 총리로서는 성과로 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아사히 신문은 25일 자 사설을 통해 “안보 분야에 한정하면, 아베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에게서 거의 희망한대로 ‘보증 문서’를 받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도쿄 미일정상회담의 ‘청구서’는 아직 결제되지 않은 채 일본 쪽에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관련한 합의 없이 ‘빈 손’으로 일본을 떠나게 된 점은 앞으로 아베 정권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TPP 타결을 11월 중간선거 호재로 활용하려는 오바마 행정부는 ‘안보에서 원하는 것을 해줬으니 TPP에서 양보하라’며 일본을 더욱 거세게 압박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일관계를 삐걱대게 한 역사인식 문제를 놓고도 두 정상은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는 것이 중평이다.
정상회담에서 야스쿠니 참배 등 역사인식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는 게 일본 측 설명이지만 그렇다고 인식의 차이가 좁혀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산케이 신문은 25일 아베 총리가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일본은 종전으로부터 70년간 평화국가의 길을 걸어왔다’고 언급한 사실을 소개하며, “만약 일본에 대한 오바마 정권의 편견과 오해가 불식됐더라면 할 필요가 없는 발언이었다”며 “두 정상은 아직 신중하게 틈을 메우는 단계”라고 평가했다.
앞으로 미일관계는 TPP 협상에서 양국이 접점을 찾을지 여부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이와 관련, 아베 정권의 2인자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은 25일, 11월 미국 중간선거 때까지 TPP가 타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일본 측이 미국의 요구에 끈질기게 버티는 모습을 자국민에게 보여준 뒤 일정 시점에 양보할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도 없지 않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