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新냉전 가속… ‘경제 전쟁’ 가시화

미·러 新냉전 가속… ‘경제 전쟁’ 가시화

입력 2014-03-19 00:00
수정 2014-03-19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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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크림 합병조약 체결 후폭풍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세르게이 악쇼노프 크림공화국 총리가 18일 ‘러시아·크림 합병 조약’을 전격 체결하면서 세계정세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위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조약을 최종 비준할 러시아 상·하원이 푸틴에게 장악돼 있어 푸틴이 의도적으로 속도조절을 하지 않는 한 서방과 러시아의 대치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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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정부, 예비군 동원령
우크라 정부, 예비군 동원령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외곽에서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군사 훈련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점령할 것에 대비해 전국에 예비군 동원령을 내렸다.

키예프 AP 연합뉴스
푸틴은 이날 비준을 호소하는 의회 연설에서 서방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친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시위대에 축출된 것을 서방의 ‘음모’로 판단했다. 러시아 흑해 함대가 주둔하고 있는 크림 반도의 항구도시 세바스토폴을 언급하며 “세바스토폴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편입되는 것을 보고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면서 우크라이나가 분리독립했듯이 이제 크림도 주민들의 뜻에 따라 분리돼 러시아로 귀속되는 것”이라면서 “서방이 옛 소련 국가들을 향해 넘어서면 안 되는 선을 넘고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이 합병을 밀어붙이고, 미국 등 서방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크림 반도의 위기는 세계 각국을 ‘친러’ 또는 ‘반러’로 나누는 ‘신냉전’ 시대로 몰아넣게 됐다. 미국과 옛 소련에 무조건 줄을 서야 했던 냉전 시대만큼 엄혹하진 않지만 어떤 식으로든 이번 사태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행동을 취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영국 BBC 방송은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곤두박질치면서 냉전 시대의 메아리가 들려온다”며 현재의 상황을 묘사했다. 미국, 독일,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 G8 회원국은 러시아의 회원 자격을 정지시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전날 러시아 고위 관료들의 해외 자산을 동결하는 행정명령에 사인한 뒤 “우리(서방)는 집단 방위를 지키기 위한 기구인 나토를 갖고 있으며, 동맹국으로서 미국은 나토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유럽 군사 연합체인 나토가 전쟁에 나서면 미국도 뛰어들겠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이 러시아 관료에 대한 비자 발급을 중단하는 등 제재 방안을 마련한 데 반해 중국은 ‘외교적 해결’을 주장하며 사실상 러시아 편을 들고 있다. 신냉전의 그림자가 아시아에도 드리워지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의 8대 무역국인 한국도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 기조를 유지해야 할지, 미국의 제재에 동참해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고민스러운 상황에 접어들고 있다.

더욱이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자산 동결과 여행 금지에 머물지 않을 태세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러시아가 변하지 않는다면 추가 제재에서 어떤 개인이나 행위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정권 실세는 물론 푸틴의 ‘돈줄’인 국영기업 사장들도 모두 대상이 될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푸틴을 직접 블랙리스트에 올릴 가능성도 있다.

더 심각한 것은 경제 제재다. 미국과 EU가 구상하고 있는 경제 제재는 세계무역기구(WTO) 등과 같은 경제기구에서의 러시아 퇴출, 대러 수출입 금지, 은행과 거대 국영기업의 금융 거래 차단 등이다. 경제 제재는 ‘양날의 칼’이어서 서방도 직격탄을 맞게 된다. 그러나 지금처럼 러시아가 서방의 경고를 무시하고 합병 절차를 몰아붙인다면 서방도 러시아에 치명상을 주는 ‘칼’을 뽑아 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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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구 기자 window2@seoul.co.kr
2014-03-1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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