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집단자위권 한반도 제한’ 추진에 美기류 ‘혼재’

’日 집단자위권 한반도 제한’ 추진에 美기류 ‘혼재’

입력 2013-10-29 00:00
수정 2013-10-29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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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과잉반응·오해” 시각 속 “주변국 자극 말아야”

우리 정부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에 맞서 한반도 내에서의 권한행사를 제한하는 쪽으로 외교적 대응을 시도하는데 대해 미국내 반응은 어떻게 나오고 있을까.

미국 정부 쪽이나 관련 전문자들의 기류를 종합해보면 최소한 ‘혼재’ 정도로 요약된다.

역사적 맥락에서 ‘반성하지 않는 일본’을 강조하는 한국 내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한국의 과잉반응이자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시각까지 나온다.

이는 국제질서를 전반적으로 보는 미국이 동북아 역내에서의 영향력 유지라는 전략적 관점에서 해석하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가 접촉한 미국내 전문가들이 일본의 집단자위권 추진이 미·일 동맹 강화와 동북아 역내 안정에 필요한 수단이라는데공통의 인식을 드러낸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아시아문제 전문가인 리처드 부시 선임연구원은 28일(현지시간) “한국이 약간 오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이해하기로는 집단적 자위권은 미일동맹 내에서 미군의 해군 함정 등을 공격하는 제3자에 대항해 일본이 행동을 취하도록 헌법을 재해석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부시 연구원은 “지금 헌법대로라면 미국은 일본을 방어할 의무가 있으나 반대의 경우에는 불가능해 기본적으로 비대칭적”이라며 “이번 사안은 한국을 돕는 주한미군의 지원과는 기본적으로 관계가 없으며, 헌법의 해석을 바꾼다고 해서 미국이 일본 자위대를 한반도에 보낼 권한은 없다”고 강조했다.

헤리티지재단의 월터 로먼 아시아연구센터 국장은 “솔직히 미국이 자위대의 한반도 파견을 상정하는 시나리오는 상상하기 어려우며 미국이 그런 고려를 하는지도 상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은 미일 양국이 좀 더 완전한 양국협력을 이루기 위해 중요하다”며 “대만 등에서 비상사태가 일어날 경우에 대비해 이 같은 집단자위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스팀슨센터의 중국전문가인 앨런 롬버그 연구원은 “일본군이 한국 정부의 승인없이 한반도에 진입하는 경우를 전혀 상상하지 못하겠다”며 “이는 21세기에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롬버그 연구원은 “집단자위권 확보는 일본이 역내 동맹시스템을 유지하는데 있어 적절한 역할을 수행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쉴라 스미스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일본의 집단자위권 논쟁에 있어 일본 자위대가 한국 정부의 승인없이 서울에 진입하는 하는 시나리오를 본 적이 없다”며 “한가지 가능한 시나리오는 비전투 병력의 소개, 즉 일본 시민들을 무력충돌 현장에서 긴급 피난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물론 이 경우에도 한국 정부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미스 연구원은 “미일 방위지침은 양국 군사적 협력에 초점을 맞춘 것이어서 여기서 다른 정부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한미일 삼각 대화를 통해 역내 안보우려를 해소하고 협력방안을 논의할 충분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2008년 야나이 ?지(柳井俊二) 전 주미일본대사가 작성한 이른바 ‘야나이 보고서’의 시나리오를 토대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출병 가능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야나이 보고서가 제시한 네가지 시나리오는 명백하게 방어적이며 어떤 형태로든 공격적이거나 주변국에 위협을 주지 않는다”며 “한국이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위협으로 잘못 해석하는 것은 지난해 한일정보보호협정 무산과 같이 워싱턴에게는 상당히 곤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물론 일본을 향해 주변국을 자극하지 않는 방향으로 집단자위권 행사를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더글러스 팔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연구부회장은 “미국은 일본이 2차대전의 전쟁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지역내 집단안보체제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인정한다”며 “그러나 그 속도는 비위협적이고 주변국들에 이해될 수 있는 수준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팔 부회장은 특히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들어올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치인들과 군사지도자들이 미래의 방위계획을 수립할 때 참고해야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집단자위권 추진이 군사대국화 우려라는 부정적 측면도 있지만 한반도 유사시 주일미군을 후방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확대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이 나왔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보니 글레이저 선임 연구원은 “한반도 유사시에는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일본이 포함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반도에 배치된 군대와 장비로는 미국의 확실한 도움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한국 정부가 이 부분을 국민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소식통들은 일본으로부터 식민지배를 받은 한국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슈를 놓고 한국 외교당국이 세심하고 치밀한 대응을 못하는게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이날 일본의 집단자위권 추진 논란에 대한 연합뉴스의 질의에 대해 “일본의 (방위)역량을 결정하는 것은 일본 국민과 정부에 달려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외교경로를 통해 일본의 집단자위권 추진이 갖는 사안의 특수성과 주변국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해 한국의 주권적 사항을 미·일 방위지침 개정때 반영해줄 것을 미국 측에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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