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표 비현실적으로 촉박… “시리아 다 내놓을까” 의심도
미국과 러시아가 시리아 내 화학무기 폐기를 위한 공동 해법을 내놨지만, 실제 폐기로 이어지기까지는 지난한 과정이 예상된다.군사 전문가들은 미국과 러시아가 합의한 해법을 놓고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양국이 ‘시리아 화학무기 해체를 위한 기본틀’을 발표하면서 못박은 일정표와 조건을 놓고 시리아가 제대로 이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미국과 러시아가 발표한 기본틀에 따르면 시리아는 20일까지 국내에 비축하고 있는 모든 화학무기의 이름과 종류, 양을 비롯해 저장장소, 생산시설, 연구시설에 관해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 신고를 해야 한다.
시리아가 20일까지 이 모든 사항을 종합해 OPCW에 상세히, 진실하게 보고할 가능성을 놓고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이런 주장의 근거로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가 화학 무기를 국내 여러 지역으로 분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신뢰가 없는 행동은 미국-러시아의 합의안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리아가 거짓말을 둘러대며 국제 사회를 속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과거 리비아 화학무기 폐기 당시 빚어졌던 카다피 정부의 거짓말 행태가 시리아에서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2003년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은 화학무기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그 실태와 폐기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2011년 그가 사망한 뒤 리비아를 찾았던 국제 조사단은 다량의 화학무기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을 확인했다.
미국의 군사 위협이 있기 전까지 화학무기 보유사실조차 인정하지 않았던 시리아 정권이 모든 걸 포기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11월로 돼 있는 초기 조사 완료시한도 촉박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화학무기 전문가인 장 파스칼 잰더스는 AFP 통신에 OPCW 집행위원회의 의사결정 과정이 이제 막 시작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정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집행위원회가 독자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갖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41개 회원국 중 각각 한 표만 행사할 수 있다. 만장일치로 통과가 되지 않더라도 놀랄 일은 아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시리아의 화학무기를 모조리 폐기할 수 있을 지가 가장 큰 의문이다.
프랑스 전략연구소의 올리비에 렙픽은 시리아로 파견된 조사관들이 비축된 화학무기를 발견하더라도 폐기라는 실질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화학무기를 파괴하기 위해서는 수백만 달러를 들여 공장을 지어야 한다”면서 1993년 이후 수십억 달러를 들여 화학무기 폐기에 나선 미국과 러시아를 거론하며 “내년 상반기 모든 화학무기를 폐기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14년 상반기 데드라인(마감시한)은 완전히 상상 속의 얘기”라며 “내전 상황을 감안하면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한다. 평시에도 시리아 화학무기를 폐기하는 데에는 몇 년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일국의 화학무기나 그 재료를 해외로 빼내지 못하도록 한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의 규정도 시리아의 화학무기 폐기를 어렵게 할 요인이 될 수 있다.
시리아 내에서 화학무기를 폐기할 수 없다면 미국이나 러시아로 가져가 해체, 파괴 작업을 해야 하는데 CWC 규정은 이를 허용치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시리아가 OPCW 조사관들에게 즉각적이고 제한 없는 접근을 보장해야 한다는 기본틀 조항도 시리아 현지 분위기를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달 화학무기 참사가 벌어진 현장을 조사하기 위해 시리아에 입국한 유엔 조사단은 저격수의 공격을 받은 바 있다.
과거 시리아 정부는 조사단의 입국을 고의로 지연하기도 했다.
특히 계속되는 내전은 조사단의 활동을 위협할 현실적 요소로 꼽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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