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시리아 화학무기 해법’ 합의…국제사회 환영

미·러, ‘시리아 화학무기 해법’ 합의…국제사회 환영

입력 2013-09-15 00:00
수정 2013-09-1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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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내 화학무기 공개→11월 국제사찰단 입국→내년중순 해체완료

시리아 화학무기 사태를 논의한 미국과 러시아가 14일(현지시간) 화학무기 해법의 ‘기본틀’에 합의했다.

합의에 따르면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은 일주일 내 화학무기 보유 현황을 완전히 공개하고 11월까지 국제 사찰단을 입국시켜야 하며, 내년 중순까지 해체를 완료해야 한다.

그러나 시리아가 화학무기 해체를 거부할 때 내릴 제재에 관해 구체적인 합의가 없어 미국·러시아 사이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개연성도 있다.

이에 따라 ‘화학무기 해체 로드맵’에도 불구하고 향후 미국의 독자적인 군사행동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다만 미국 내 여론이 부정적이어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고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미국의 대 시리아 군사개입이 사실상 무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가 ‘어떤 경우에도 군사개입은 안 된다’는 입장을 한결같이 주장해왔다는 점에 비춰 미국과 러시아가 ‘군사개입 불가’ 쪽으로 사실상 합의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과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12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벌여온 회담을 끝내고 14일 이처럼 발표했다.

케리 장관은 “국제 사찰단은 늦어도 11월까지 시리아에 입국할 것”이라면서 “내년 중순까지 시리아 화학무기 해체를 완료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미국과 러시아는 시리아가 화학무기 해체를 거부한다면 평화파괴 행위에 대한 군사제재를 명시한 ‘유엔헌장 7장’에 따라 조처를 내리기로 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할지는 명확한 합의가 없는 상태다.

라브로프 장관은 “시리아가 화학무기 폐기 과정을 불이행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필요한 조처를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회담에서는) 군사력의 사용이나 자동 제재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 시리아의 화학무기 해체 불이행은 유엔 안보리가 다룰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간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한 유엔 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 회의에서 러시아는 ‘시리아가 화학무기 폐기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군사개입에 나선다’는 프랑스·미국 측 방안에 강하게 반발해왔다.

2011년부터 내전이 계속된 시리아에서는 지난달 21일 신경가스 공격이 벌어져 민간인 1천400여 명(미국 추산)이 숨졌다.

미국은 이 학살을 알아사드 정권의 소행으로 결론짓고 공습을 추진했으나 러시아는 진상이 불명확하다면서 비군사적 해법을 촉구했다. 미국은 12일 러시아와 제네바 회담에 착수하면서 군사개입안은 일단 유보한 상태다.

미국 내 여론을 보면 미국의 독자적인 군사행동이 실현될지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의회의 반대 기류가 더욱 확연하다.

지난 11일 미국 의회 전문매체인 ‘더힐’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100명의 상원의원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의 군사행동 승인 요청에 찬성하거나 찬성 쪽으로 기울어진 의원이 25명(민주 18, 공화 7명)에 불과하다. 반면 반대 의사를 피력한 의원은 29명(민주 7, 공화 22명)이었고, 마음을 정하지 못한 이른바 부동층 의원은 46명으로 집계됐다.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의 반대기류는 더 강하다. 전체 435명의 의원 중 군사행동을 승인해야 한다는 밝힌 의원은 31명(민주 22, 공화 9명)이고, 반대 의견을 밝힌 의원은 무려 195명(민주 38, 공화 157명)에 달한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주요 언론들도 14일 오바마 행정부가 추후 독자적인 군사행동을 위해 의회에 승인 요청을 할 경우 결의안이 통과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제네바 합의안이 전해진 직후 성명을 내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제통제하에 시리아의 화학무기를 옮기는 것은 물론이고 궁극적으로 폐기하기 위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중요하고 구체적인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 “투명하고 신속하며 검증가능한 방법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중요한 진전을 이뤄냈으나 아직도 할 일은 많다”면서 “만일 외교가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미국은 행동할 준비태세를 유지해나간다”고 말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군사개입을 지지한 서방도 이날 합의안을 환영했으며 외교적 해법을 줄곧 강조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합의 소식이 전해진 직후 트위터에 “영국은 합의안을 환영한다”며 “이제 합의안을 이행하는 작업이 시급하다”는 글을 올렸다.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외무장관도 성명에서 “중요한 진전”이라고 환영했으며 귀도 베스터벨레 독일 외무장관 역시 성명을 내고 “정치적 해법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반기문 총장도 성명에서 “시리아 사태가 잘 해결될 수 있도록 유엔 차원에서도 적극 지원하겠다”면서 “시리아에서 더는 화학무기가 사용되는 것을 막고, 시리아 국민이 더 고통을 당하지 않도록 정치적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시리아 반군의 주축인 자유시리아군 셀림 이드리스 사령관은 “이 합의안의 어느 부분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나와 형제들은 알아사드 정권이 무너질 때까지 계속 싸울 것”이라고 반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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