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시모토 잇단 해명 안먹혀, 국내외 언론 연일 ‘집중타’
일본의 침략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과 관련해 그릇된 역사인식을 표출한 일본의 극우 정치인들이 국내외 반발에 부딪혀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비난의 주요 대상은 일본유신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과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지사다.최근 뇌경색으로 투병 중인 ‘망언 제조기’ 이시하라 대표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이시하라 대표는 19일 보도된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제2차 세계대전과 관련해 “침략이 아니다. 침략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자학일 뿐이다. 역사에 관해서 무지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날 나고야에서 만나 ‘위안부 정당화’ 발언을 철회할 필요는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하시모토 대표는 “발언의 취지가 잘못 전달되는 바람에 당에 폐를 끼쳤다”고만 해명했을 뿐 자신의 위안부 관련 발언을 철회하거나 잘못을 인정하는 등의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87), 길원옥(84) 할머니는 지난 18일 각각 오키나와현과 히로시마현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 극우 정치인들의 계속되는 망언에 일침을 가했다.
일본유신회는 일본 정치권의 기피 대상으로 떠올랐다.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간사장은 18일 아키타시에서 취재진에게 오는 7월 참의원(상원) 선거 후 일본유신회와의 개헌 공조 가능성에 대해 “일본유신회는 정당으로서 통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부정적으로 언급했다.
민나노당 와타나베 요시미 대표는 19일 하시모토 대표의 위안부 정당화 발언 등을 강력 비판하면서 올여름 참의원 선거에서 일본유신회와는 협력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지지율 70%대의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아베 신조 총리도 “침략의 정의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등 그릇된 역사 인식을 드러낸 뒤 한국은 물론 미국과의 공조에 틈이 생기는 등 외교 정책에 위기감이 감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뒤 일본 언론으로부터 비판을 받는 등 차기 총리 경쟁에서 이시바 간사장에게 한 발짝 밀리고 있다.
한편 1995년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한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는 19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가 최근 ‘침략에 절대적인 정의는 없다’고 발언한 데 대해 “이해가 안 되는 이상한 이야기다. 무력으로 적국에 들어가면 그게 바로 침략이지 그 이외의 다른 표현은 없다”고 비판했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그래픽 강미란 기자 mrkang@seoul.co.kr
2013-05-2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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