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병지 상하이를 가다
중국 상하이에서 최근 신종 조류인플루엔자(AI)로 두 명이 사망한 가운데 4일 상하이 민항구 푸단대 부속 제5인민의원 응급실 접수창구에 신종 AI 감염 증상인 고열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H7N9형 조류 인플루엔자(AI) 감염 사망자 두 명이 발생한 상하이 민항(閔行)구 푸단(復旦)대 부속 제5인민의원 응급실 접수창구는 4일 고열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고열, 두통 등이 이번 신종 AI의 주요 증상으로 알려지면서 체온 이상을 느끼는 지역 주민들이 모두 병원을 찾고 있다. 마스크로 중무장한 접수창구 간호사들은 환자들의 입에 온도계를 물리며 닭, 오리 등 가금류와의 접촉 여부 등을 꼼꼼히 따져 물었다.
실제 또 다른 사망자(87)가 같은 기간 우샤오야의 남편과 이 병원에 함께 입원했던 것으로 드러나 상하이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당국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신종 AI의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는 당시 노인의 아들 두 명도 중증 폐렴 증세를 보여 함께 입원했으며 그 가운데 한 명이 이미 숨을 거뒀으나 당국이 이 같은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소문도 전해지고 있다.
상하이 보건당국은 신종 AI 감염 경보를 발동했으며 사망자가 발생한 민항구 지역의 재래시장에서는 살아 있는 닭을 제외한 비둘기, 오리 등 가금류의 도축 및 판매가 전면 금지됐다. 징촨재래시장 내 닭 도축 업소들은 사흘 전부터 영업을 중단했다. 하지만 부근 닝구(寧谷) 재래시장에서는 당국 몰래 상인들이 오리 등을 판매하고 있어 AI 확산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 상하이 한국총영사관도 이날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교민들에게 감염 예방요령 숙지를 당부했다. 이날 저장(浙江)성 후저우(湖州)에 사는 64세 농민 한 명이 AI 감염자로 확인된 가운데 앞서 장쑤(江蘇)성에서 닭·오리 수송업에 종사하던 남성 한 명이 기침과 함께 발열 증세를 보이다 지난 3일 숨지는 등 신종 AI 감염자가 잇따르고 있다. 이 남성이 AI 감염자로 밝혀지면서 신종 AI 감염자는 11명, 사망자는 4명으로 늘었다.
공포감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베이징에서도 이미 수백 명이 감염됐다’ ‘상하이에 유사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수백 명이나 있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급속히 퍼지고 있다. 감염 경로 등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데다 치료 백신을 만드는 데 6개월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10년 전 사스(중증 급성 호흡기증후군)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2002년 11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총 5328명이 사스에 감염돼 349명이 숨졌다. 수도 베이징까지 확산돼 외국인들을 비롯한 수십만 명이 사스를 피해 ‘대탈출’에 나서는 등 큰 혼란을 야기했다.
상하이 시민 리젠차오(李健超·38)는 “닭, 오리 등 가금류는 물론 정부가 AI와 관련성이 없다고 말하는 돼지고기도 먹지 않고 있다”면서 “페트병에 담아 파는 물도 끓여 마실 만큼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현재까지 신종 AI 감염자는 상하이와 저장성, 장쑤성, 안후이(安徽)성 등 장강삼각주 지역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글 사진 상하이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2013-04-05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