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영토문제 부재론은 자승자박’ 자성론

日 ‘영토문제 부재론은 자승자박’ 자성론

입력 2012-09-23 00:00
수정 2012-09-23 10:3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중일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갈등이 고조된 걸 계기로 일본 내에서 ‘센카쿠 영토 문제 부재론’의 실효성을 의문스러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한국에는 독도 외교 교섭을 요구하면서도 실효지배 중인 센카쿠에 대해서는 “영토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대화를 거부해온 것이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켰다는 지적이다.

특이한 것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비슷한 지적을 한다는 점이다.

진보 성향의 마이니치신문은 22일자 사설에서 “’영토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자세를 이어가는 것만으로 사태를 개선할 수 있을지 다시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또 “센카쿠 문제의 장기화는 양국을 피폐하게 할 뿐만 아니라 인접국을 불안하게 만들고,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준다”며 “미국과 연계를 심화해 일본의 실효지배를 유지하면서, 중국과 센카쿠 문제를 평온하게 조정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보수 성향의 산케이신문도 21일자 사설에서 “센카쿠에 대해 ‘영토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해온 것이 발목을 잡은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주장은 일부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영토문제 부재론’을 가장 체계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은 일본공산당이다. 일본공산당은 2010년 10월 중일 선박 충돌 사건 때 이미 ‘일본이 센카쿠를 영유하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국제법적으로도 정당하다’는 공식 견해를 발표한 적이 있다.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위원장은 20일 후지무라 오사무(藤村修) 관방장관을 만나 ‘센카쿠 영토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정부 입장을 고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제안서를 전달했다.

시이 위원장은 “’영토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은 언뜻 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 때문에 정상회담 등에서 일본의 주장을 정면으로 펼 수도 없고, 중국 측 주장에 반론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자승자박’이고 결과적으로 일본의 입장을 약화시킬 뿐”이라며 “물리적 대응을 강화하거나 군사적 대응을 주장하는 걸 삼가고 냉정하고 이성적인 외교 교섭으로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일본이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명칭)에 대해 외교 교섭을 주장하면서 센카쿠 문제에서는 영토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더블 스탠드(이중 기준)”라고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후지무라 관방장관은 더블 스탠드라는 지적을 사실상 인정하며 “(영토문제 부재론은) 자승자박이라는 지적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자민당 차기 총재 유력 후보 중 한 명인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 간사장도 지난 19일 일본외국특파원협회(FCCJ) 토론회에서 “’영토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에서 한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고,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도 20일 트위터에 ‘한국은 다케시마에 영토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건 현실도피다. 지금 센카쿠에 분쟁이 없다고 할 수 있느냐’고 묻는 글을 올렸다.

연합뉴스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