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크렘린 열었다

시위대 크렘린 열었다

입력 2011-12-23 00:00
수정 2011-12-23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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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드베데프 개혁안 무더기 발표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철옹성 같던 크렘린도 ‘채찍 대신 당근’을 들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연례 의회 연설에서 주지사 직접 선거 부활과 정당 등록 규정 간소화, 대선 후보 등록 요건 완화 등을 담은 개혁안을 무더기로 내놨다.

이날 임기 중 네 번째이자 마지막 의회 연설을 가진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지난 5일부터 시작된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 퇴진 요구 시위에 대해 “우리는 선동가들과 극단주의자들이 우리 사회를 그들의 계략대로 끌고 가는 걸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러시아에 필요한 것은 카오스가 아닌 민주주의”라고 시위대를 압박했다.

하지만 정작 압박을 느낀 건 러시아 지도부였다. 이날 연설에서 시위대를 몰아붙인 것도 잠시, 메드베데프는 뒤이어 “정치 시스템에 광범위한 개혁을 제안한다.”고 선언했다. 당장 24일 또다시 야권의 대규모 항의 시위가 예정돼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시위 참여 의사를 밝힌 인원만 4만명에 이른다고 AFP가 보도했다.

메드베데프는 정치 개혁안 가운데 하나로 푸틴의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04년 폐지한 주지사 직선제를 부활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방에 대한 중앙정부의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지방정부 수장을 대통령이 임명해 왔다. 지역 의회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이 연방 대통령에게 3명 이상의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임명하고 지역 의회에서 추인하는 식이다.

정당 등록 절차를 간소화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현재 정당 등록을 하려면 러시아 연방을 구성하는 83개 지역의 절반 이상에 지부를 두고 4만명 이상의 당원을 확보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러시아 전체 과반수 지역 출신 대표 500명의 신청으로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대선 후보 등록도 완화하기로 했다. 그간 무소속 출마자나 원외 정당 후보는 대선 후보로 나서려면 200만~300만명의 추천인 서명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이제 무소속 후보는 30만명, 원외 정당 후보는 10만명의 서명만 받으면 출마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야권의 반응은 싸늘하다. 러시아 경제지 코메르산트의 칼럼니스트 올레그 카신는 자신의 트위터에 “의족에 주사를 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냉소했다. 러시아 최대 야당인 공산당 당수 겐나디 주가노프는 “푸틴 측이 이런 개혁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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