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실리콘밸리에 나타난 北경제대표단

美실리콘밸리에 나타난 北경제대표단

입력 2011-04-02 00:00
수정 2011-04-02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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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서 美 IT 체험…스탠퍼드대선 산업협동 관련 세미나 헤커 박사 등 대학내 대북전문가 대거 참석 눈길

미국 민간단체의 초청으로 방미 중인 북한 경제대표단 일행이 1일 오전(이하 현지시간) ‘IT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 서부 실리콘밸리에 대한 본격적인 체험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북한 내 경제관련 부처 중간급 간부들로 구성된 이들은 이날 세계최대 인터넷기업인 구글과 산학협동이 가장 조화를 잘 이룬 곳으로 알려진 스탠퍼드대학 등을 방문한 뒤 현지 IT업체 기업인들과 따로 대화하는 시간도 가진 것으로 전해지는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북측 대표단은 이 과정에서 미국 IT기업 체험 소감 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아예 언급을 피했으며, 구글에서는 의도적으로 취재진을 피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동안 샌디에이고와 뉴욕 등지에서 기자들과 간단하게나마 대화를 나눴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인 것.

북측 대표단 일행 12명과 초청 측인 아시아파운데이션 관계자 등 일행 2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께 캘리포니아주 마운티뷰에 위치한 글로벌IT기업 구글을 방문해 1시간40분 간 머물렀다.

특히 세계최대 검색엔진과 스마트폰 운영체계(OS) 안드로이드 등을 개발한 세계 최첨단 기업인 구글은 페이스북, 트위터와 함께 중동지역 민주화 바람인 ‘재스민혁명’의 동력을 제공한 것으로 평가되면서 북한 경제단의 방문에 세간의 관심이 모아졌으나 대표단 일행의 구글 내 행적은 일절 공개되지 않았다.

이날 북측 대표단 일행은 통상적인 구글 방문단들이 이용하는 통로를 이용하지 않고, 건물 뒤쪽 주차장을 통해 건물 내로 들어갔으며, 구글의 보안요원들은 취재를 위해 대기 중이던 기자의 접근을 의도적으로(?) 막아서기도 했다.

대표단이 건물 안으로 들어간 후 주차장에 남아있던 아시아파운데이션 관계자는 기자와 마주치자 깜짝 놀라는 표정으로 “아무것도 말해줄 것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북측 대표단은 구글 일정이 끝난 후 건물에서 나오는 과정에서 기자와 마주치자 1∼2분간 오던 길을 멈추고 망설이다가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갑자기 빠른 걸음으로 서둘러 대기 중이던 버스에 올라탔으며 남측 기자라고 밝힌 뒤 “구글에서 뭘 보셨는지” 등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일체 대응하지 않았다.

이를 지켜보던 구글 주차장 안내요원들은 속삭이는 목소리로 “북한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수근거리기도 했다.

스탠퍼드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대표단 측은 대학 내 아시아ㆍ태평양연구소 주최로 오찬을 겸한 세미나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참석자는 “대학과 기업간 관계, 즉 산학협동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이 있었으며, 구체적으로는 대학이 연구결과에 따른 로열티를 어떻게 받게 되는지 등에 대한 설명 등이 있었다”면서 “세미나 시간은 2시간 가까이 됐지만 통역 등으로 인해 심도있는 토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주제가 주최 측인 아시아파운데이션측이 요청한 것이라고 들었지만 북한 측이 요구한 것인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세미나에는 지난해 11월 북한의 우라늄농축시설을 전세계에 공개한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인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등 스탠퍼드대 내 북한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세미나가 끝난 후 대표단 일행은 아ㆍ태 연구소의 데이비드 스트로브 부소장(전 미 국무부 한국과장)의 안내로 스탠퍼드대 캠퍼스를 잠시 돌아보기도 했다.

캠퍼스 산책 도중 기자가 책임자급으로 보이는 50대 남성에게 다가가 이번 방미의 성과 등을 묻자 다소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지금 바쁘다”고만 말했다.

다만 일행 끝에 있던 한 남성은 “즐거운 여행이었다. 많은 성과를 얻었다”고 간단히 답한 뒤 서둘러 버스에 올라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북측 대표단은 지난달 21일 샌디에이고에 도착한 후 뉴욕을 거쳐 지난 30일 샌프란시스코에 왔으며 이 곳에서는 은행과 농산물 가공공장 등을 돌아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농업관련 시설물 등을 추가로 견학한 뒤 3일 북한으로 출국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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