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G8 대북 비난 성명 동참…그러나

러시아 G8 대북 비난 성명 동참…그러나

입력 2010-06-27 00:00
수정 2010-06-2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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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26일 개최된 G8(서방 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의에서 천안함 침몰과 관련한 대북 비난 성명에 동참했다.

러시아가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독자적이든, 다른 국제 협의체 안에서든 북한을 비난하기는 처음이다.

물론 러측이 더 강력한 어조로 북한을 비난하자는 다른 국가들의 의견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안보리 대북 제재 논의를 앞두고 그 진의가 어떻든 북한에 대한 비난 대열에 동참한 것은 상당한 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G8 공동 성명이 유엔의 대북 제재를 위한 강력한 계기를 제공할 것이라는 의견과 일종의 다자 정무(政務) 협의체인 G8과 최대 외교 기구인 유엔은 그 성격이 다르므로 이번 성명을 확대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엇갈리고 있다.

즉, 러시아가 이번 성명에서 다른 7개국과 공통된 입장에 서 준 것은 G8내에서의 위상 약화를 우려한 일종의 외교적 제스처일뿐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태도가 바뀐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또 G8에 안보리 상임이사국(P5)인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가 속해 있지만 사실상 대북 제재의 ‘키’를 쥔 중국이 빠져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러시아는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 낸 민·군 국제 합동조사단의 천안함 사태 조사 결과에 대해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늦어도 다음달 초에는 전문가팀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자국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모스크바 외교가에서는 러시아가 천안함 사건 자체 조사 결과를 공개할지는 미지수며 최종 입장에는 ‘정치적 고려’가 반영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최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한) 하나의 견해만이 폭넓게 유포되고 있지만, 우리는 이를 즉각적으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면서 “북한과 소통하는 일은 어렵지만, 북한을 궁지로 몰아넣어서는 안 되며 긴장을 높여 어떤 부적절한 행동이 촉발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대북규탄 여론에 따른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고 있지만 그보다도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안보적 이해를 더욱 크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이번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러, 미-중, 중-러 정상들이 연쇄 양자 회동을 통해 북한 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 주부터 본격화될 안보리 대북 제재 논의 결과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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