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은행의 위험투자·대형화 규제”

오바마 “은행의 위험투자·대형화 규제”

입력 2010-01-22 00:00
수정 2010-01-22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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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자기자본투자(PI) 규제…규모축소 불가피, 직격탄 맞은 은행주들 폭락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은행의 과도한 위험투자와 대형화를 규제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상업은행이 고객의 예금과 신탁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데 머물지 않고 덩치를 키우기 위해 자기자본투자(프랍 트레이딩)를 통해 고수익을 추구함으로써 위기를 초래, 국민의 혈세로 구제금융을 받는 관행을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면서 과감한 개혁을 통해 은행의 위험투자를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21일 백악관에서 TV 생중계 연설을 통해 “납세자들과 미국 경제를 위기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개혁에 나서야만 한다”면서 “이에 저항하는 세력들이 싸우길 원한다면 나는 기꺼이 싸울 준비가 돼 있다”며 단호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고객의 예금을 바탕으로 대출업무를 하는 상업은행의 경우 금융당국의 감독과 함께 보호를 받아야 하지만, 자체 자금이나 차입금으로 위험투자를 감행하는 은행들까지도 이러한 보호를 받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투자은행 업무를 겸하는 상업은행에 대해서는 자기자본투자 영업의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규제의 주된 표적으로 삼은 것은 금융시장에서 이른바 ‘프랍 트레이딩(proprietary trading)’이라고 불리는 자기자본투자(PI) 영업이다.

 이는 은행이 고객의 예금이나 신탁자산이 아닌 자체 자산이나 차입금에 의존해 자기책임으로 채권과 주식, 각종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면서 고수익을 추구하는 것으로, 은행의 입장에서 예·대출 업무나 중개업무를 통해 챙기는 수수료 수입에 비해 자기자본투자는 큰 위험이 수반되지만 경우에 따라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외형을 키우는데 핵심적인 영업전략으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이러한 과도한 자기자본투자 경쟁의 결과로 2008년 월스트리트발 금융위기를 불러왔다는 것이 중론이다.

 따라서 오바마 행정부는 대형화를 추구하는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과도한 위험투자에 나서면서 경제전반을 위기에 빠뜨리는 상황을 막기 위해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미국에서는 대공황 발발 직후인 1933년 글래스 스티걸 의원이 제안한 ‘글래스 스티걸 법’이 발효되면서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을 분리, 상업은행이 고객의 예금으로 주식투자를 할 수 없게 하는 조치가 시행됐으나 금융규제 완화 바람 속에 99년 이 법이 폐지되면서 상업은행도 투자은행 업무를 겸할 수 있게 되면서 자기자본투자를 통해 덩치를 키워왔다.

 오바마 행정부가 다시 상업은행의 자기자본투자를 규제하면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업무 영역이 분리되고 상업은행의 경우 최대의 수익원이 사라지기 때문에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발표 이후 뉴욕 증시에서는 은행주들이 속락하면서 한때 주가지수가 200포인트 이상 폭락했다.

 새로운 금융구제의 구체적인 시행방안은 추후 마련되겠지만 의회의 심의과정에서 대형 은행들과 보수진영으로부터 상당한 반발도 예상된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이달 14일 구제금융의 시행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앞으로 10년간 자산 규모 500억달러 이상의 50대 대형 은행들에 대해 ‘금융위기 책임 수수료’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이 월가의 금융회사 경영진을 겨냥해 ‘살찐 고양이’라고 비난한데 이어 연일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책을 내놓고 있는 것은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의 패배로 건강보험 개혁작업이 좌초위기에 몰렸지만 수세에 몰리지 않고 주도적으로 국정을 운영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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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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