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신용카드사의 고객 정보 유출 사태를 보며/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신용카드사의 고객 정보 유출 사태를 보며/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입력 2014-02-03 00:00
수정 2014-02-03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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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또 큰일이 터졌다. 카드사 고객 정보 유출 사태다. 2011년 상호저축은행 부실 사태, 2013년 9월 동양그룹 사태에 이어 세 번째 대형 금융사고다. 한 신용정보업체 직원의 신용카드사 고객 정보 유출 사건이 일파 만파로 퍼지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관련자를 엄중 문책할 것을 지시했으니 사건의 중대성을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사태에 감독 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다. 한 지인이 물었다. 감독 당국인 금융위원회(금융위)와 금융감독원(금감원) 중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순간 어느 한쪽을 택하기가 어려웠다. 금융위는 금융 감독 정책 업무를 담당하고, 금감원은 금융 감독 집행 업무를 담당하는데, 어느 쪽이 책임이 있는지 분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금융 감독 기구 체제의 문제점을 여실히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감독 기구가 나뉘어져 있으니 서로 책임을 떠넘기게 된다. 두 기관 사이의 업무 구분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두 기관이 책임감을 갖고 일하기가 어렵다. 금융위는 공무원 조직이고, 금감원은 공적 민간 조직이다. 더욱이 금융위는 금감원을 지도, 감독 할 수 있는 권한까지 있다.

이런 관계이다 보니 두 기관이 서로 협조를 한다는 것은 기대하기가 어렵다. 서로 손발이 잘 맞아야 하는데, 삐거덕거리는 소리만 난다. 정말 비효율적인 체제이다.

감독 기구가 나뉘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이렇게 감독 기구가 두 개로 나누어져 있는 나라는 찾아볼 수 없다. 외국 금융 전문가에게 금융위와 금감원이라는 조직에 대해 설명하면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잘 이해가 안 된다고.

더욱이 금융위는 ‘금융 산업 정책’ 권한까지 갖고 있다. 금융 산업의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이다. 금융 산업 정책은 금융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려는 성향 때문에 자연스럽게 금융 규제 완화를 지향하게 된다. 자동차의 ‘엑셀’에 비유할 수 있다. 여기에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것이 감독 기구이다. 감독 기구가 별도로 독립되어 있어야 이런 견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

그런데 금융위가 ‘엑셀’과 ‘브레이크’ 두 기능을 다 갖고 있으니 ‘엑셀’에 압도되어 ‘브레이크’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가 없다. 금융위처럼 두 권한을 동시에 갖고 있는 다른 나라의 사례도 거의 찾을 수 없다. 정말 ‘이상한’ 체제이다. 이런 감독 기구 체제에서 대형 금융 사고가 터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일인지도 모르겠다.

현행 체제는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만들어졌다. 이후 계속 대형 금융 사고가 터지고 있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여실히 말해주고 있다. 2011년 상호저축은행 부실 사태가 터졌을 때 여러 시민단체와 학자들이 감독 기구 체제 개편을 주장했고, 2012년 대선 당시에도 여러 차례의 학회 세미나에서 감독 기구 체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이를 무시했다. 그 결과 대형 금융 사고가 계속 터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 설립 움직임이 있다. 그러나 이렇게 문제가 많은 금융위 체제를 고치지 않고서 금소원을 신설해봐야 여전히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금소원 신설은 더 ‘막강한’ 금융위를 만들게 된다. 금감원과 금소원 두 기관을 거느리게 되기 때문이다.

금융 감독 기구 체제 개편의 핵심은 금소원 신설이 아니라 금융위의 ‘해체’에 있다. 금융위의 금융 산업 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에 돌려주고, 금융감독 정책 기능은 금감원에 넘겨주는 게 맞다. 이런 개편은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되는 사항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정부(즉 금융위)와 여당의 입장이다.

다시 4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인가. 제2, 제3의 ‘카드 사태’가 일어나더라도 말이다. 야당인 민주당도 몇몇 국회의원을 제외하고는 당 차원에서 관심이 없다. 이번 사태가 바람직한 금융 감독 기구 체제를 만드는 계기가 된다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다시금 국회의 관심을 촉구한다.
2014-02-0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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