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집콕’의 진화/전경하 논설위원

[길섶에서] ‘집콕’의 진화/전경하 논설위원

전경하 기자
전경하 기자
입력 2020-12-23 20:24
수정 2020-12-24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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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코로나19가 퍼질 때는 어쩌다 재택근무를 했다. 고2인 쌍둥이 아들은 올해 원격수업을 한 날이 등교한 날의 몇 배 이상이다. 재택근무와 원격수업이 겹치면 아들들은 보호대상임을 자처했다. ‘하면 눈에 안 띄고 안 하면 눈에 확 띄는’ 집안일을 하면서 집은 깨끗해졌지만 피로도는 높아졌다. 출퇴근에 드는 시간과 바꾼 셈이다. 해서 이런저런 약속을 잡아 시차출퇴근 겸 외출을 했다.

안타깝게도 3차 대유행인 요즘은 대부분 집콕이다. 인간은 상황에 적응한다더니 요령이 늘어간다. 있는 공간은 변화가 없는데 특정 상황에 대한 스위치를 켰다 껐다를 반복한다. 그러다 보니 아들을 향한 잔소리가 줄었다. 하루를 몽땅, 그것도 며칠 이상을 ‘집돌이’, ‘집순이’로 있었던 적이 있었나 싶다. 집에서 모든 활동을 하니 집이 지금보다 컸으면 싶다. 겹치는 공간이 줄어들고 여유 공간이 있을 테니까. 요즘 청약에서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데는 코로나19 영향도 있을 것이다.

당분간 집을 옮길 수 없으니 잘 안 쓰는 물건을 정리하면서 공간을 넓히는 수밖에. 집안일이 집안정리로 엉뚱하게 방향을 틀었다. 중대형 아파트와 미니멀리즘에 대한 욕구에 동시에 휩싸이는 ‘웃픈’ 상황이 됐다.

lark3@seoul.co.kr

2020-12-24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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