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막차에 지친 몸을 싣고 집으로 가는 길. 졸다가 외마디 비명에 정신을 차렸다. 소리를 친 사람은 30대 여성이었고, 대상자는 모자를 눌러쓴 60대 남성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사단이 일어난 노약자석으로 쏠렸다. “무슨 일이요? ” “이 사람이, 이 사람이….” 남자가 몸을 더듬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남자의 태도였다. 태연자약했다.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표정이다. “당신이 그랬어?” 승객들의 추궁에도 아랑곳없이 소리 지른 여성을 이상하다는 듯 쳐다볼 뿐이었다. 성추행범으로 신고하라는 재촉에 여자가 응하지 않자 기세가 더 등등해졌다. 할 테면 해보라는 배짱이었다. 멀쩡한 얼굴에 술기운이 느껴졌다.
보다 못한 앞좌석의 어르신이 “사과해!”라고 소리쳤다. “미친 놈”이라는 답이 돌아오자 몸싸움으로 이어졌다. 피해여성은 내려버렸지만, 승객들이 합세해 추행범을 몰아붙였다. 결국 늙은 추행범은 고개를 숙였다. 결말은 모른다. 필자도 다음 역에서 하차했기 때문이다. 시민의식을 확인했다.
노주석 논설위원
문제는 남자의 태도였다. 태연자약했다.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표정이다. “당신이 그랬어?” 승객들의 추궁에도 아랑곳없이 소리 지른 여성을 이상하다는 듯 쳐다볼 뿐이었다. 성추행범으로 신고하라는 재촉에 여자가 응하지 않자 기세가 더 등등해졌다. 할 테면 해보라는 배짱이었다. 멀쩡한 얼굴에 술기운이 느껴졌다.
보다 못한 앞좌석의 어르신이 “사과해!”라고 소리쳤다. “미친 놈”이라는 답이 돌아오자 몸싸움으로 이어졌다. 피해여성은 내려버렸지만, 승객들이 합세해 추행범을 몰아붙였다. 결국 늙은 추행범은 고개를 숙였다. 결말은 모른다. 필자도 다음 역에서 하차했기 때문이다. 시민의식을 확인했다.
노주석 논설위원
2010-04-22 3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