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간 싸움에 기업들 피해 가시화…韓日, 강제징용 해법 대화로 찾아야
아베 신조 총리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을 띤 일본 참의원 선거 투표가 어제 끝났다. 이날 오후 8시 NHK가 발표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아베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과 공명당이 개선(신규) 의석(124석)의 과반을 확보했다. 또 헌법 개정에 긍정적인 일본 유신회 등을 합쳐 개헌 발의선인 3분의2 의석(164석)에 근접할 것으로 보도됐다. 아베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개헌 발의 가능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카드를 들고나왔다. 정치와 무역 등 경제 활동은 분리하는 것이 지난 수십년간 국제경제를 발전시켜 온 근간이었는데 아베 총리가 이를 무시했다. 일본 정부가 무역을 보복 수단으로 들고 나온 것은 자유무역의 이념을 훼손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자유롭고 개방된 경제가 국제 평화와 번영의 기반”이라고 선언했지만, 이틀 만에 한국 반도체산업에 핵심적인 부품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했다.세계 경제는 품질과 가격에서 비교우위를 가진 품목을 각자 생산한 뒤 무역으로 주고받는 공존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 소니와 파나소닉 등 일본 TV 제조사의 상당수는 한국제(디스플레이) 패널을 사용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 등 미국과 중국의 기업들도 스마트폰과 컴퓨터에서 한국제 반도체와 패널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의 반도체 생산이 줄면 일본에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것은 물론 각국 기업의 생산에 지장이 발생하면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비판을 받게 된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7월 20일자)에서 “넓게 보면 일본의 자해는 무모하다”면서 “일본의 수출 규제는 경제적으로 근시안적”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이 수출 규제를 포괄적으로 완화해 주는 ‘화이트 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면 한국 정부는 대항 조치로 다음달 말에 만료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높다. 양국 정부의 지루한 감정싸움은 결국 양국 기업들에 피해를 입히고, 상대 국민에 대한 혐오만 키울 뿐이다. 일본 소재 업체들은 주가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신문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8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불매운동에 참여하겠다’는 응답이 72%였다. 한국은 제조기술, 일본은 소재기술을 발전시키며 동반자적 관계를 맺고 성장했다. 양국의 갈등이 심화하면 공멸밖에 없다. 참의원 선거를 마친 만큼 아베 총리는 강제징용에 대한 해법을 한국 정부와 성실한 협상을 통해 찾아야 할 것이다.
2019-07-2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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