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직에 파고든 탈북자 간첩, 안보 구멍 더 없나

[사설] 공직에 파고든 탈북자 간첩, 안보 구멍 더 없나

입력 2013-01-22 00:00
수정 2013-01-22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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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서 탈북자 지원 업무를 전담한 탈북자 출신 공무원 유모씨가 1만여명에 이르는 탈북자 정보를 북한에 통째로 넘겨준 혐의로 국가정보원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아직은 정황만 드러났다고 하나, 구속 수사를 받는 점으로 미루어 상당한 수준의 증거가 포착된 것으로 짐작된다. 유씨가 빼돌린 정보에는 서울 시내 거주 탈북자들의 생활 실태와 면접 자료 등이 포함됐다고 한다.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탈북자 출신 공무원이 간첩 혐의로 조사받는 사실만으로도 국가 안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중대 사건이다.

유씨가 북한에 탈북자들의 명단·주소 등 개인 정보를 건넸다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우선 북한에 남겨진 탈북자의 가족이 위협받을 수 있다. 전례로 미루어 북한 당국이 가족을 미끼로 탈북자를 협박해 간첩 활동을 강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난해 북한으로 재입북한 박인숙씨와 김광혁·고정남씨 부부 등이 그런 사례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목숨을 걸고 자유를 찾아 어렵게 정착한 탈북자 사회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것은 물론, 우리 사회가 탈북자를 경계하게 함으로써 또 다른 혼란과 갈등을 유발시킬 수도 있다.

2008년 이후 공안당국이 체포한 간첩 13명은 모두 탈북을 위장한 것으로, 이런 침투 방식은 이제 대세라고 한다. 북한은 심지어 탈북 위장 간첩들에게 우리 정부가 주는 정착금을 공작금으로 쓰게 하는 등 ‘손 안대고 코푸는’ 방식까지 쓴다고 한다. 이번에 검거된 유씨처럼 공직 사회까지 버젓이 잠입해 활동했다면 안보에 큰 구멍이 뚫린 것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유씨는 함경북도 청진 의대 출신으로 2004년 혼자 탈북한 뒤 국내 명문 사립대에서 공부했으며, 중국을 거쳐 북한에 여러 차례 드나들었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탈북자는 한 해에 2000명에 이르고 현재 2만 4000명이 국내에 거주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남과 북을 오갈 수 있는 시대에 당국이 순수한 탈북자와 위장 탈북자를 가려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초기 분류에 실패하면 간첩 색출에 엄청난 국력을 낭비한다. 그렇다고 탈북자들을 일일이 따라다니며 감시·관리했다간 인권 논란을 야기할 소지도 크다. 북한은 바로 그런 틈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이번 사건이 탈북자에 대한 편견과 불신으로 이어져선 안 되겠지만, 전 국민이 안보에 대한 경각심을 다지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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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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